백서방 여행기
대나무가 흔들릴수록 사각사각 대숲소리에 짹짹새소리가 더 크게 난다.
백일홍나무에 걸린 연등이 불경 노래에 맞춰 춤추고 산사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추워서인지 겨울 분수대는 기침을 하듯 힘없이 퍼지고 물방울들은 바짝 붙인다.
앙상한 가지 끝 까치가 짝을 찾는지 겨울 먹이를 찾는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계곡물은 바위의 깊은 품으로 스며들어 소란을 내려놓고 고요라는 이름으로 머문다.
거센 파도는 바위를 어루만지며 오랜 시간을 빌려 바위을 조각한다
대나무밭에 새가 산다 바람을 타고 초록의 심장 속으로 노래한다
대웅전 단청의 빛 아래 부처님 말씀 한 줄 고요히 마음에 스며든다
삼매봉 아래 외돌개 파도에 맞고 바람에 안기며 오늘도 묵묵히 서 있다.
바위 사이로 물이 쏙쏙 지나가며 바위는 반질반질 마음도 덩달아 말끔해진다.
물총새의 날카로운 울음 물고기 튀는 찰나의 소리 바람에 흔들리며 웃는 억새까지 자연의 숨결이 울린다
파도가 바위를 넘어가슴 속 응어리까지 씻어내며 마음을 한결 후련하게 한다
사찰 경내에 울려 퍼지는법문 소리 심근을 울려 마음을 깨운다.
가지 끝에서 하루를 부리로 깨우고 낮엔 바람과 소문을 나른다
조그마한 소(沼)로 모여든 계곡물 소리 자연이 건네는 조용한 힐링이 된다.
낙엽을 밟는 소리마다 가을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새의 숨결 낙엽의 속삭임에 잠들던 소나무가 바람속에서 천천히 깨어난다
계곡물은 낙엽이 놀랄까 살금살금 바위를 타고 흐른다.
내장사 대웅전 앞 불경과 목탁소리에 마음이 경건해진다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는 바위지만, 푸른 바다는 여전히 잔잔히 그를 감싸 안는다.
바위 사이 오묘히 흐르는 계곡물소리 마음을 조용히 치유한다.
밀려오는 파도소리에도 담대히 서서 흔들림 속에서 나를 더 단단히 다진다.
가을 끝자락 마지막 잎새들이 세찬 바람 속에서도 세월을 이기듯 꿋꿋이 매달려 있다.
산사에 퍼진 불경소리 고요한 산의 숨결까지 은은한 파문처럼 번져간다.
물든 메타세쿼이아가 흔들리고 맑은 푸른 하늘을 고요히 받쳐준다.
낙엽을 밟는 순간,사각임 속에 흐른 시간과 빨리 스쳐가는 인생의 낭만이 함께 깃든다.
바람은 조용히 지나가며 연둣빛 잎사귀들을 살짝 흔들어 맑고 고운 소리를 남긴다.
어디 먼 바다에서 밀려왔기에 저 물결은 저렇게 하얗고 여린 포말을 터뜨릴까.
소나무가바람에 살짝 가지를 흔들며가벼운 웃음을 짓고 있다.
백운동원림의 고요함을 지나 무위사에 들러 해설사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여운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