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새로이

수선이라는 이름으로
― 다시 잇고, 다시 사는 이름으로

이 길을 처음 걸었을 때,
나는 단순히 ‘고치는 일’을 시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낡은 옷을 다시 입을 수 있게 만들고,
기장을 줄이고, 통을 좁히고, 단추를 달고, 지퍼를 갈아주는 일.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었습니다.
수선은 단지 실을 꿰고 바늘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선은 기억을 다시 잇는 일이었고,
몸과 마음 사이의 틈을 다시 메우는 작업이었습니다.

고객이 건네는 옷에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버릴 수 없는 이유, 다시 입고 싶은 마음,
그 옷을 입던 누군가의 표정까지
고요히 스며 있는 옷들이었습니다.

나는 그 옷을 다루는 손끝에서
어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마음을 존중하는 태도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핏이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았고,
박음선은 정직한 마음 없이는 곧게 이어지지 않았으며,
다림질은 손보다 먼저 마음이 눌러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옷은
다시 누군가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옷을 입는 사람이
조금 더 편안해지고,
조금 더 나다워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오늘도 바늘을 들었습니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수선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고,
작업이 아니라 철학이며,
직업이 아니라 존재 방식이라고.

그리하여 나는,
이 일을 더 이상 ‘수선’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나는 ‘리패션’이라 부릅니다.
낡은 것을 다시 태어나게 하고,
흔들린 것을 다시 흐르게 하며,
사라지는 것을 새롭게 연결하는 작은 창조의 이름으로.

수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나는 리패셔너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 길을 걷는 모든 당신에게
따뜻한 실 한 가닥을 건넵니다.
잘 꿰어가시기를.
자신의 리듬으로,
자신의 결을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