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젖었수다 제주 비양도 백패킹
Автор: 홍마살_백패커
Загружено: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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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폭우
배를 타고 섬에서 섬으로, 그리고 그 끝자락의 섬 비양도로 향했다. 캠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인지 비양도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어제 젖은 텐트를 꺼내 다시 치고, 비가 예보되어 있어 타프도 설치했다. 이미 공기는 습했고, 땀은 등줄기를 따라 강물처럼 흘러내렸다. 자리를 정리하고 앉자 저 멀리서 천둥이 구르르 쾅— 하고 울렸다.
곧이어 머리 위로 빗방울 몇 개가 떨어지더니, 이내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졌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타프 팩 위에 돌을 올리고 끈을 다시 조여 단단히 고정한 뒤, 텐트 안으로 들어와 책을 펼쳤다. 그러나 빗소리, 천둥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가 한꺼번에 몰려와 마음까지 뒤흔들었다.
원래 겁이 없는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번개가 바로 옆에 떨어지는 듯하자 순간 두려움이 몰려왔다. 혹시 이 텐트에 벼락이 떨어지면 그대로 타죽는 건 아닐까. 며칠 전 뉴스에서 본, 번개 맞아 죽은 사람 이야기가 떠오른 것도 괜스레 불안했다. 화장실로 도망가야 하나, 그런 생각까지 스쳤다.
밖으로 나와 보니 비와 바람은 거세게 몰아쳤고, 온몸은 단번에 젖었다. 타프 줄을 다시 단단히 매듭지은 뒤 바다를 바라보았다. 평소 얌전하던 바다가 출렁이며 춤추는 모습은 괴기스럽고 동시에 두려움을 안겼다.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 파란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점차 잦아들었고, 우비를 챙겨 입은 채 전망대에 올랐다. 멀리 바다를 내려다보니 곧 비가 그칠 것만 같았다. 비가 내리는데도 하늘은 맑았다. 이상한 풍경이었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잠시 후, 세찬 바람이 몰아치더니 언제 태풍이 있었냐는 듯 하늘은 맑게 개었다. 변덕스럽지만 매력적인 날씨, 마치 내 젊은 날 만났던 한 여자아이 같았다.
자리에 돌아와 문어숙회에 소맥을 곁들이며 바다를 바라본다. 제주에서 마주한 바다는 언제나 새롭다. 빛과 각도에 따라,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 늘 아름답다.
따스한 햇살에 젖은 옷을 말리며, 비양도에서의 백패킹은 그렇게 이어졌다. 좋다.
#백패킹 #제주도 #비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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