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두견새 우는 사연 (1967)

노래 이야기

‘두견새’는 그 울음소리가 구슬퍼서 예로부터 많은 문학에서 ‘한(恨)’과 슬픔의 정서를 대변하는 소재로 자주 등장했습니다. 중국 촉나라의 고사에 따르면 왕에게 아내를 뺏긴 ‘두우’라는 남자가 그 사무친 설움과 슬픔을 두견새에게 전해서, 두견새가 피를 토하며 울었다고 하구요. ‘두견새’는 우리말로 ‘접동새’라고도 하는데, 김소월의 시 ‘접동새’에서도 의붓어미의 시샘에 죽은 누이가 접동새가 되어 서글피 운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죠.

우리 가요에도 ‘두견새’가 등장하는 노래가 있는데요. 바로 이미자 선배님의 ‘두견새 우는 사연’입니다. 이 노래는 인기 라디오 연속극이었던 ‘두견새 우는 사연’의 주제가로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금이야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많지만, 예전만 해도 삯바느질 하시던 어머니와 식구들은 라디오 앞에 모여 앉아 다같이 귀를 기울이며 성우들이 연기하는 라디오 드라마에 울고 웃었는데요. 임희재 선생님이 각본을 쓴 라디오 드라마 ‘두견새 우는 사연’의 인기는 대단했고, 그 인기에 힘입어 1967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지죠.

영화 ‘두견새 우는 사연’의 주인공은 김지미, 신성일 선생님이 맡았는데요. 잠깐 줄거리를 소개해드리자면, 이 영화는 고전소설 ‘춘향전’의 스토리를 비튼 작품입니다. ‘춘향전’에서는 이도령과 춘향이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이었지만, ‘두견새 우는 사연’은 같은 조건에서 내용이 달라지는데요. 퇴기의 딸인 ‘옥화’와 윤승지의 아들인 ‘윤도령’은 사랑에 빠지지만, ‘춘향전’과 달리 집안의 반대로 결국 ‘윤도령’은 ‘옥화’를 배신하고, 양반의 딸과 혼인을 하고 맙니다. 하지만, 윤도령을 잊지 못한 옥화는 윤도령을 기다리다 상사병에 걸려 목숨을 잃게 되고요. 결국, 옥화는 한을 품은 귀신이 되어 윤도령 앞에 나타나게 되고, 윤도령은 옥화의 망령 앞에 지난 날을 회개하고 뉘우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1967년 8월 28일에 개봉한 영화 ‘두견새 우는 사연’은 ‘공포 멜러 시대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당시 7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요. 배신한 윤도령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사모하며 그리워하는 ‘옥화’의 애달픈 마음을 노래한 이미자 선배님의 ‘두견새 우는 사연’은 라디오 드라마에 이어 영화의 주제가로 삽입되면서 또다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달 밝은 이 한밤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네 마음 내가 알고 내 마음 네가 안다
울지 마라 두견새야
님 그려 울어예는 서리서리 맺힌 사연
님 계신 사창가에 전하여주소

지는 달 새는 밤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상사로 병든 이 몸 쫓겨간들 잊을소냐
울지 마라 두견새야
님 그려 울어예는 서리서리 맺힌 사연
님 계신 사창가에 전하여 주소 “


‘두견새 우는 사연’은 드라마와 영화 극본을 쓴 임희재 선생님이 가사를 쓰고, 백영호 선생님이 작곡했는데요. 백영호 선생님은 생전에 4000편의 노래를 작곡했고, 그중 200편이 넘는 영화주제가와 50편이 넘는 드라마 주제가를 남겼습니다.

1960년대와 70년대 최고의 인기 작곡가였던 백영호 선생님은 신인가수였던 이미자 선배님을 발굴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동백 아가씨’를 녹음할 때, 레코드사 사장은 당시 더 이름이 알려진 가수에게 곡을 주고 싶어했지만, ‘동백 아가씨’를 작곡한 백영호 선생님은 사장의 뜻을 꺾고 신인가수였던 이미자 선배님에게 이 노래를 부르도록 했고요. 그것이 이미자 선배님의 전설의 시작이었는데요. 이후, 이미자 선배님의 굵직굵직한 히트곡마다 백영호 선생님이 늘 함께였는데, ‘여자의 일생’, ‘서울이여 안녕’, ‘아씨’, ‘여로’, ‘울어라 열풍아’, ‘황포 돛대’ 등등 수많은 이미자 선배님의 노래들이 백영호 선생님이 작곡한 히트곡입니다.

‘두견새 우는 사연’ 역시 누구보다 이미자 선배님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백영호 선생님의 작곡이 빛나는 곡으로 지금도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명곡인데요. 만남과 헤어짐이 쉬워진 요즘이지만, 지고지순하게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서럽고 슬픈 마음을 곱게 노래한 ‘두견새 우는 사연’. 애잔하고 애틋해서 더 아름다운 노래의 울림을 함께 느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