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날에 – 권용각 자작시 낭송

리차드권 자작시 낭송 – 정월대보름날에

정월대보름날에


정월대보름날
도덕산 꼭대기에 봉홧불 피우러간다

어스름 보름달이 무릉산 자락에 걸릴 때
멀리 두류골 둑방길 달빛 아래 은은하고
딱실못 잔잔한 물결과 그 물결에 젖은
늦겨울 찬바람이 가슴을 적시는데

비포장도로를 덜컹대며
대구발 포항행 완행버스 막차가
흙먼지 일으키며 삼거리에 닿고

옥이 식이 순이 자야 택이 조야
분이 희야 숙이 활이 욱이 석이
수야 익이 장이 규야 연이 남이
옹기종기 친구들 옛집을 지나

저만치 옥산초등학교 보이는
구멍가게 앞 작은 다리를 건너

줄지어 늘어선 아름드리나무들
달빛 흥건한 맑은 계곡을 거슬러
허적허적 걷다보니 옥산서원
그 앞에 좁다란 외나무다리도 건너

희끗한 머리카락 뒤집어쓰고
저기 아슴푸레한 도덕산 꼭대기에
꿈에도 잊지 못할 유년의 봉우리에

나 오늘 봉홧불 피우러간다

※ 이 시에 등장하는 지명과 고유명사는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에 소재하는 곳이다

ⓒ 2024. 권용각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