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시장tv 뉴스온] 기본 경력 50년…‘염천교 수제화거리’의 구두장인들

[앵커멘트]
흔히 수제화 하면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떠올리시는 분들 많으시죠?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형성된 구두거리는 서울역 인근의 염천교 수제화거리인데요. 수제화 공장들이 성수동으로 많이 이전해가고 기성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손님이 많이 줄은 게 사실이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는 구두 장인들이 있습니다. 이동규기잡니다.

[기자멘트]
우리나라 최초의 구두거리인 염천교 수제화거리.
100년 역사와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한데요.

한 점포로 들어가자 망치질 소리가 매장을 가득 채웁니다.
능숙한 솜씨로 구두를 만드시는 사장님.

이곳에서 가장 젊은 축에 들지만 경력은 무려 50년에 달합니다.

인터뷰)김경환 / 염천교 수제화거리 '코리아수제화' 대표
오래됐죠. 거의 50년 넘었다고 봐야죠. 그러면 13살 때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네, 그러니까 다른 건 한 가지도 못하고 이걸로 평생을 해왔죠.

[기자멘트]
잘 배운 기술 하나만 있으면 먹고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던 시절.
다른 구두 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김경환 대표의 구두 인생도그렇게 시작됐습니다.

현장음)
그때는 또 공부에 취미가 없었어요. 옛날에는 또 기술직이 대접받던 시절이잖아요. 이거 하라니까 얼른 했죠. 체질에 맞으시는 거 같아요? 그렇죠 뭐. 맞으니까 지금까지 해온 거 아니겠습니까. 직업전환도 안 하고 그냥.

[기자멘트]
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무늬, 그리고 다양한 형태를 갖춘 신발들.
댄스화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이곳 역시 50년 경력의 박해권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해권 / 염천교 수제화거리 '더존댄스화' 대표
이런 것도 다 색깔이 좋은데 이렇게 구겨지잖아요. 잘 구겨지네요. 네, 운동화처럼…. 그게 댄스화의 특성인가요? 네, 또 안 그러고 뻣뻣한 것도 있고…. 춤에 따라서 다른 거예요. 모던, 라틴이라고 해서 다 구분이 돼서 달라요.

[기자멘트]
자신의 발 모양에 잘 맞는 신발을 선택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는 댄스화.

인터뷰)
박해권 / 염천교 수제화거리 '더존댄스화' 대표
댄스화 쓰는 사람들 중에 무지외반 있는 사람이 많아서 거기에 맞춰서 제작해요. 발이 이렇게 튀어나오고 그러니까요. 그걸 모양 있게 만들어서 편안하게 해주고 그러죠.

[기자멘트]
화려한 댄스화 진열장 뒤에 조그맣게 마련된 공간.
이곳은 박 대표가 구두를 수선하는 곳인데요.
수제화의 수요가 줄자 약 10년 전부터는 수선도 겸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우리 신발 댄스화를 수선해 주고 그러다 보니까 수선 쪽으로 일을 하게 된 거죠. 제가 신발을 만들 줄 알고 수선도 10년째 하다 보니까 거래처도 많죠. 수선이 더 많아요, 오히려 더. 전국에서 오니까요.

[기자멘트]
한때는 전국 수제화 물량을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서 다 충당할 정도로 호황을 이뤘지만 값싼 기성화 수요에 밀려 이제 남은 점포 수는 열댓 곳 남짓.
하지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의 발에 꼭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신발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단순히 발이 편한 수준을 넘어 발 관련 질환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고기황 / 염천교 수제화거리 '이태리제화' 대표
질환이 많아요. 티눈도 있고 굳은살도 있고 또 족저근막염, 또 지간신경종 등 발바닥 질환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깔창을 만들어 드리는데….

기자도 직접 체험을 해봤는데요.

현장음)
만져보면 여기에 뭐가 있을 거예요. 이쪽도 조금 있고…. 그게 지간신경종이라고 굳은살이에요. 그게 점점 커져요. 커지고 딱딱해져요. 그래서 걸어갈 때마다 살을 꾹꾹 찔러서 사람을 괴롭혀요. 손님 같은 경우에는 그거를 부드럽게 해드려요, 깔창으로. 더 발전이 안 되게….

[기자멘트]
발 전체 모양을 석고로 본떠서 수제화를 만들면서 발바닥의 모양과 상태까지 진단해 그에 꼭 맞는 깔창을 처방한다는 고기황 대표.
50년 넘게 수제화를 만들어 오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고기황 / 염천교 수제화거리 '이태리제화' 대표
언제 보람을 느끼세요? 저 같은 경우에는 신발 때문에 불편해서 외출을 못하고 그런 분들…. 정말 걸음을 못 걷고 이런 분들은 걷는 게 원이거든요. 소망이고 원이고…. 그런 분들을 걷게 해드리고 편하게 좀 걸을 수 있게 했을 때 그런 분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러 오세요. 그럴 때 참 보람을 느끼죠.

[기자멘트]
수제화를 이용하는 수요는 줄었어도 여전히 수제화 장인의 기술과 역사가 숨쉬고 있는 염천교 수제화 거리.

그곳에선 지금도 여러 명의 수제화 장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뉴스온 이동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