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치기클립]당신의 세월호는 끝났습니까?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2025년 4월 16일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

(김동연 경기도지사)
열한 번째 봄입니다.
손가락 열 개를 다 접어도 모자랄 만큼의 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생생한
그 이름들과 얼굴들을 떠올려봅니다.

2학년 6반 호성이.
빼어난 글솜씨와 따뜻한 마음씨로
국어 선생님을 꿈꿨던 아이.
수학여행 날 용돈이 부족할까 봐
엄마가 3만 원을 더 챙겨줬지만
돈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며 엄마에게 돌려줬던 착한 아이.

같은 반 친구 현철이.
수준급 기타 실력으로 작사 작곡도 잘했던 재주꾼.
아빠의 휴대폰에 '내 심장'이라고 저장되어 있을 만큼
꼭 한번 다시 안아보고 싶은 자랑스럽고 귀한 외동아들.

2학년 1반 수진이.
엄마·아빠 생일만 되면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생일 축하 메시지를 한가득 모아왔던 마음씨 고운 딸.
언니들이 먹고 싶다면 군말 없이
볶음밥도 척척 해주었던 막내딸.

2학년 8반 대현이.
4월 16일, 오늘은 대현이의 28번째 생일입니다.
'노력하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한다'라던
대현이의 좌우명이라면 분명
생명을 구하는 멋진 소방관이 되었을 것입니다.

작년, 이 자리에서도 네 학생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오늘도 다른 네 학생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렇게 304명,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고, 기억이 희미해질 것이라고,
세월이 약이라고, 바쁜 일 하며 잊어보라고.

그렇지 않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희미해지지 않는 아픔과 그리움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때 그 얼굴 그대로 내 마음에 살아 있다는 것.
나중에 다시 그 사람 만나는 것이 내 꿈이라고 하는 것.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어본 사람만 압니다.

그 아픔과 그리움이 희미해지기는커녕
더 선명해진다고 하는 것은 겪어본 사람만이 압니다.
마르지 않는 슬픔과 그리움을 끌어안고
11번의 네 계절을 견뎌내신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생존자 여러분.
어떤 말로도, 어떤 위로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저 말없이 어깨를 감싸안아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10주기를 맞아
우리 유가족분들이 쓰신 책이 있습니다.
≪책임을 묻다≫라는 제목의 책이고
그 책의 일부분을 제가 읽었습니다.

서문, 결론 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최후가 윤석열 정부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진실을 감추는 자들이 침몰할 뿐,
진실은 절대 침몰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유가족들이 맞았습니다.
결국 그들이 침몰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는 정권.
진실을 가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했던
두 정부의 끝은 파면이었습니다.

윤석열이 파면되던 날,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낸
한 아버지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윤석열 이전의 나라로는 왔는데, 우리 아이는 볼 수가 없다.'

다시는 이런 참사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그 길은 윤석열 이전의 나라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은
참사의 아픔과 교훈을 끝까지 기억하면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서로 상처 보듬어주고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 사는 세상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유가족들의 마음을 어떻게 다 보듬을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의미 있는 두 가지 진전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3월 26,
안산마음건강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건립은 했지만, 중앙정부가 선뜻 운영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경기도가 온전히 책임지고 운영하겠다고 떠맡았습니다.
세월호 가족들께서 넓은 마음으로 품어주셨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재난 피해자와
국가 폭력 피해자들께도 문을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그 센터가 문을 여는 날,
세월호 가족들이 보여주신 포용과 연대에 감사드렸습니다.
오랜 숙원이었던 416 생명안전공원도
지난 2월, 10년 만에 첫 삽을 떴습니다.
작년, 국회와 정부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경기도의 그 어떤 사업보다도 생명안전공원 건립 예산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정말 오래 기다려주셨습니다.
10년도 더 지났지만,
이제 우리 아이들이 고향으로 곧 돌아옵니다.
더 늦지 않게 제때 완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는
다짐과 약속의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2주 전,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이 개봉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10년의 노력이 담긴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세월호는 끝났습니까?'
다시 한번 우리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져봅니다.

"당신의 세월호는 끝났습니까?"

덧붙여 몇 가지 더 묻습니다.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무시되는 사회, 끝났습니까?
무너진 민주주의의 회복과 완성, 끝났습니까?
헌정질서를 파괴한 자들에 대한 단죄, 끝났습니까?
경제 위기와 민생의 어려움, 끝났습니까?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숙제입니다.
금년에도 작년처럼 맨 앞줄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오늘 마침, 대선 후보분들도 오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약속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시든 내년 12주기에는
저 가운데 자리를 채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가족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눈물 흘려주고,
위로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하는 새 대통령은
내년에는 저 맨 앞자리 가운데 앉아서
우리 국민들과 함께 공감하고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에서 세월호와 함께 답을 찾아야 합니다.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304명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봅니다.

● 제작진
기획: 김진양
촬영: 김서진 김수영 강승연
편집: 서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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