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동 골목, 커피 향에 섞인 오후

1993년 가을 회현동 그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너를 봤어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던 너
우연히 마주친 눈빛이 모든 걸 시작했지

"여기 자주 오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너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됐고
매주 수요일 오후, 이곳이 우리만의 세상

계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던 약속
너의 아메리카노, 나의 카페라떼
손때 묻은 테이블 위 너의 공책
그 위에 적힌 꿈들을 나눠 가졌어

1995년 봄, 너는 말했지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커피 향 가득한 오후 햇살 아래
우리는 시간을 멈추고 싶었어

하지만 시간은 잔인하게 흘러가고
1997년 겨울, 너는 아팠어
"괜찮아요, 우리 다음 주에 봐요"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

회현동 그 골목 그 카페
32년이 지난 지금도
커피 향만은 그대로인데
너는 이제 없어

손에 쥔 낡은 사진 속
여전히 웃고 있는 너
회현동 오후의 기억
내 가슴에 살아 숨 쉬어

2025년 가을, 다시 찾은 이곳
간판은 바뀌었지만 문은 그대로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어

똑같은 창가 자리에 앉아
너와 마시던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
"오늘 날씨 참 좋네요"

벽에 걸린 오래된 시계
1993년에 멈춰있는 것 같아
우리가 나눴던 모든 대화들
아직도 이 공기 속에 떠다녀

너는 떠났지만 추억은 남아
매 순간이 선명하게 살아있어
회현동 골목, 커피 향기 속에
너는 영원히 나와 함께야

회현동 그 골목 그 카페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해
커피 향에 섞인 너의 웃음
지금도 들려오는 것 같아

32년의 시간을 넘어
여전히 너를 기다려
회현동 오후의 약속
우리는 아직 거기 있어

"다음 주 수요일에 또 만나요"
너의 마지막 말이 메아리쳐
커피 향에 섞인 오후
영원히 끝나지 않을 우리의 시간
회현동 골목, 그곳에서
나는 여전히 너를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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