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노인을 위한 마을은 있는가? / KBS 2025.02.18.
Автор: KBS News
Загружено: 18 февр. 2025 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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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희로애락으로 채워졌던 길엔 적막만 남았습니다.
천호구/경북 영양군 수비면
여기 초등학교에 학생들이 한 200명 됐어요. 200명. 그런데 지금은 아예 학교가 폐쇄됐어. 한 명도 없고.
마을엔 이제 노인들뿐입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땅, 그럼에도 노인들은 떠날 수 없습니다.
천호구/경북 영양군 수비면
본인들은 요양병원 그런 데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10명 치고 한 명도 요양병원에 자기가 간다고 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 나올까 말까. 안 가려고 그러지. 여기 살다가 죽으려고 하지.
이들의 존엄한 노후는 지켜질 수 있을까.
경북 의성군은 전국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이 때문에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돌봄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의성군 마을 돌보미 박모란씨. 오늘도 홀로 사는 김금향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박 씨는 할머니에겐 딸 같은 말동무입니다.
박모란/경북 의성군 마을 돌보미
와서 들었던 이야기인데도 2번, 3번, 어떤 때는 10번까지도 했던 이야기 또 하셔도 처음 듣는 얘기인 것처럼 재미있게 들어드리고 그러거든요.
주기적인 안부 확인뿐만 아니라 꺼진 전등 갈기, 리모컨 건전지 교체까지.
간단하지만 어르신 혼자 하기 어려운 일들이 박 씨의 몫입니다.
박모란/경북 의성군 마을 돌보미
휴대 전화가 뭐 잘못해서 하나도 안 보인다. 가보면 이제 조명이 완전히 이렇게 누르시다가 잘못 누르셔서 완전히 까맣게 돼 있는 경우, 아니면 뭐 사소한 거 작은 거 하나에서 열까지 다 오셔요.
이른바 '민-민 돌봄 서비스'로 마을을 잘 아는 주민이 이웃 노인들을 돌보는 ‘일상 돌봄’서비스입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통합돌봄지원법'에 따라 의성군이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건데, 1인 가구가 많은 인구 감소 지역 특성에 맞춰 만족도가 높습니다.
의성군은 마을 돌보미 외에도 마을 보건소의 공보의를 활용한 방문 진료, 도시락 배달 사업 등을 통해 의료와 복지가 연계되는 통합돌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구 감소 지역에서 이러한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북 영양군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78살 김봉수 할머니.
잠시나마 서울에서 자식들과 함께 지내도 봤지만, 할머니는 50년 넘게 살아온 고향이 제일 편하다고 말합니다.
김봉수/경북 영양군 수비면
시골에 사는 거 만족해요. 도시에 좋다고 가봐야 쳐다보면 아파트고. 아파트 토끼집 같은데 거기 들어앉아 있으면 어디 옆집 사람도 모르잖아요.
김 할머니가 살고 있는 경북 영양군의 인구는 만 5천여 명, 해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대표적인 인구 감소 지역입니다.
남편과 사별한 지 25년, 한 해 한 해 갈수록 아픈 곳은 늘어만 가는 김 할머니에게 인구가 감소하며 사라지고 있는 각종 생활 기반 시설들은 큰 벽으로 다가옵니다.
사소한 식료품 하나라도 사려면 하루에 몇 대 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합니다.
김달한/경북 영양군 수비면
첫 차로 가면 11시 돼야 또 차가 한 대 있고, 안 그러면 그 차 놓쳐버리면 5시 반에 타고 오는데 굉장히 불편하다고, 이게. 교통이 나빠서.
'교통 사막'이라고 불리는 불편한 교통은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에겐 신선한 식재료 구입마저 어렵게 만드는 '식품 사막화'를 가속하고 있습니다.
유애정/건보공단 통합지원정책개발센터장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건강 관리나 일상생활, 사실 식사 하나 해 드시는 것도 식재료를 어떻게 구입해야 하지부터 사소한 부분까지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되는데요. 거동이 불편하시다 보니까 외출하기도 너무 힘들고.
노인들로선 불편한 교통, 부족한 병원 탓에 몸이 아파도 약으로 견디는 게 다반사입니다.
영양군에서 19년째 진료를 이어오고 있는 이상현 영양병원 원장. 인구 감소 지역 노인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현장에선 더 크게 체감한다고 합니다.
이상현/영양병원 원장
제가 아플 때 쉴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저밖에 없으니까. 공보의 두 분 계시니까 3명이 돌아가고 있거든요. 그러면 이제 셋 중에 누구라도 아프면 안 됩니다. 아프면 이게 병원 문을 닫아야 하거든요.
영양군에선 유일하게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지만, 심정지 같은 치명적인 상황에 놓인 환자라도 발생하면 80여 km 떨어진 안동까지 보내야 합니다.
이상현/영양병원 원장
잘 지내시다가 건강한데도 그냥 이유 없이 심근경색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돌아가신 분들 꽤 많거든요. 그런데 이제 늦게 발견되니까 그런 게 제일 좀 안타깝고..
차례를 기다리며 병원에서 두세 시간을 기다리는 건 노인들에게도 일상이 됐습니다.
그나마 병원까지 올 수 있는 노인들은 다행이라고 합니다. 이마저 불편한 교통과 몸 때문에 오지 못하는 노인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상현/영양병원 원장
넓은 지역에 산발적으로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을 다 가기에는 이제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이게 거의 불가능하죠. 인력도 적으니까 왕진이라는 자체가 마음은 굴뚝 같죠. 가서 진짜 막 돌봐드리고 싶은데 이게 진짜 제약이 많습니다.
병원을 찾기 어려운 인구 감소 지역 노인들에게 절실한 건 방문 진료이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의료법상 방문 진료의 법적 근거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낮은 수가 때문에 의료진 참여도 높지 않습니다.
의료 인력도 부족해 몇몇 지역처럼 시범 사업이 아니면 방문 진료를 접하기 어렵습니다.
이혜진/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지역에 있는 의사 선생님들은 사실 동네 주민들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보통 맺고 계시고 이분들은 그런 역할을 굉장히 잘하실 수 있다고 생각이 돼요.
일본 같은 경우도 지역 포괄 돌봄을 하면서 단골 의사,‘ 카카리츠케’ 의사라는 걸 만들어서 이분들한테 환자가 어떤 질병이 있고 어떤 약을 먹고 이런 정보들을 관리하게 하는 기능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런 기능을 부여한 의사가 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구 감소 지역의 의료와 돌봄 지원 부족은 신체 질환뿐 아니라, 우울증을 비롯한 노인들의 정신 질환 유발 가능성도 크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감소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130곳입니다. 전국 시군구 228곳 중 절반이 넘습니다.
인구 감소 지역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지만, 노인들은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그동안 살아온 곳에서 남은 삶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실제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노인들의 87%는 자신이 현재 거주하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천호구/경북 영양군 수비면
나갈 수도 잘 없지. 시내 가려고 하면 집도 없고 안 되지. 나가 봐야 아는 사람도 없고 친구도 없고 아무도 없으니까 나이 많은 사람은 살던 곳에서 사는 게 최고죠. 한 70살 넘어가면 다 그렇지.
고령자의 지역사회 계속거주(Aging in Place)는 살고 싶은 곳에서 남은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노인의 '인권' 측면에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만, 빠른 초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에 비해 그동안 논의가 부족했습니다.
정부도 심각성을 깨닫고 복지제도 개편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국회에선 통합돌봄지원법이 통과됐습니다.
의료와 복지가 연계된 지역 돌봄을 통해 노인들이 병원이나 복지시설 대신, 자신이 살던 곳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혜진/분당서울대병원가정의학과 교수
기존의 법들은 사실 특정 대상자 그다음에 특정 질병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법들이 많았어요. 이 법은 시작부터가 통합적인 접근을 위한 법이라서 그런 점에서 굉장히 큰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생각하고요.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전국 47곳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입니다.
지자체별로 전담 조직 설치와 인력 배치 등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충남 청양군의 고령자복지주택은 이런 면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이 돌봄형 주택에선 식사와 재활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인구에 비해 지역 면적이 넓어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었던 돌봄 서비스를 한 곳에 모은 겁니다.
조희정/청양군 사회복지관장
통합 돌봄 사업이라는 자체가 살던 곳에서 정주 여건도 갖춰지고 의료시설도 갖춰지고 일상생활 지원도 되고 요양도 되면 살아갈 수 있는 사업인 거거든요. 저희 기관에서도 이제 식사라든지 건강 운동이라든지 이런 관리를 할 수 있게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또 청양군 같은 경우는 병원 인근에 없기 때문에 군 보건의료원에서 같이 이제 의료 돌봄을 시작하고 있어서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자체의 전담 부서가 배치돼 복지 서비스를 관리하기 때문에 통합돌봄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선 보증금에, 월세도 부담해야 합니다.
또 지자체별 여건이 달라 이 서비스를 모든 지역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유애정/건보공단 통합지원정책개발센터장
통합돌봄이라고 하는 것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내 집에서, 우리 지역사회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그 지역 사회를 바꾸는 작업입니다. 어르신들에게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지역을 잘 살펴보고, 지역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유례없이 빠른 초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
이제 노인 인구는 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들을 돌볼 제도적, 문화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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