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른 사건도 없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아름답지만 쓸쓸한 노년의 부부 이야기 [KBS 20140909 방송]
Автор: KBS HUMAN : 뭉클티비
Загружено: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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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부부는 강원도 강릉 성산면에 사는 70년을 살면서 한 번도 부부 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동갑내기 심재은(88) 할아버지, 탄용문(88)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부부싸움 한번 하지 않았다는 이 부부의 삶은 싱겁기 이를 데 없다. 살면서 사랑한다는 말 한번 들어본 적 없으며, 부부 싸움 한번 한 적 없는 이유가 할머니가 매사 할아버지 뜻을 거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할머니의 해석에 할아버지는 당신만의 결혼관으로 동문서답한다. 요즘 사람들은 결혼하고 살다 좋아하는 맘이 없으면 헤어지는데 그게 말이 되냐고, 부부란 게 좋던 싫던 그저 함께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대신 혼자 논에 나간 할아버지는 말한다. 땅 뙈기 없는 자신에게 시집와서, 이 정도의 일가를 이루도록 함께 살아내기까지 할머니가 참 고생했다고.
그런 할아버지 맘은 할머니를 애써 불러 앉으라며 마련한 마당 한 구석의 비치파라솔과 테이블로 드러난다. 하지만 새삼스러운 할아버지 맘은 아직은 할머니에게 닿기엔 어색하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할아버지랑 결혼하겠다는 할머니 역시 그런 할아버지의 검버섯이 핀 늙은 등에 지청구 하며 약을 바르는 것과, 늙은 나이에 여전히 일 욕심을 부리는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것으로 사랑 표현을 대신한다. 평생 쓰신 할머니의 일기에는 늘 할아버지가 있고, 할아버지가 손수 쓰신 자서전에는 할머니와의 사연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그렇게 노부부는 기록으로, 기억으로, 그리고 역사가 되어 함께한다.
◆ 카메라가 두 번째로 시선을 돌린 곳은 충북 옥천군의 시골 마을이다.
그곳에선 아침 댓바람부터 94세의 차상육 할아버지의 91세 이복례 할머니 찾기가 한창이다. 집 마당에서부터 논으로, 마을 골목골목을 지나 결국 경로당에서 할머니를 찾아낸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향한다. 이유가 있다. 얼마 전부터 할머니에게 치매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를 이유로 대지 않아도, 할아버지는 평생 할머니에게 자상한 남편이었다. 역시나 부부 싸움 한번 하지 않았으며, 욕 한 자락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할머니는 자랑이다. 그 덕인지 치매 증상이 나타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가끔 할아버지랑 먹으려고 맛난 걸 장롱 속에 숨겨놓고 잊은 등 건망증 말고는 이렇다 할 징후가 없다. 오늘도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뇌에 좋다는 호두를 잔뜩 사와서는 할머니에게 깨준다.
호두 알을 손에 한 움큼 쥐어주고 이걸 먹어야 기억도 좋아지고, 망령도 나지 않는다며.
◆ 마지막으로 카메라가 찾아간 곳은 경남 하동군 지리산 자락의 외딴 집이다.
이종수(94) 할아버지가 없으면 무섭다는 김순규(93) 할머니는 저녁밥을 준비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부엌 문 앞을 떠나지 않는다. 모처럼 찾은 막내딸은 이들 노부부의 삶을 소꿉장난이라 표현한다. 평생을 아내의 봉사를 받은 남편. 깡보리 도시락을 싸서 수천 평의 콩밭, 팥밥을 일구며 허리 한번 펼 사이도 없이 살았던 이 부부는, 노년에 먼저 기력이 쇠한 아내를 위해 남편이 밥을 지어 바치는 일상을 지내고 있다. 자식들이 산을 내려오라 하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젓는다. 어머니 밥 해줄 기력이 남아있을 때까지만 산에 머물겠노라고. 밥 한 술 뜬 부부는 그것도 힘들었는지 툇마루에 마주 보며 쓰러지듯 잠을 청한다. 다음 날 기력이 쇠해 일어나지 못하는 할아버지, 그가 말한 할머니 밥해줄 시간이 그리 길게 남아 보이지 않는다.
노년의 삶은 고즈넉하다 못해 쓸쓸하다. 계절이 젊다는 차상육 할아버지 말에, 이복례 할머니는 그 젊은 계절도 곧 늙을 것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덧붙인다. 늙어도 내년이면 다시 젊어질 것이라고, 할머니는 쓸쓸하게 답한다. 계절은 젊어져도 사람은 늙어지면 그뿐이라고. 아기 같은 웃음을 짓는 김순규 할머니도 말한다. 꽃도 사람도 한 철이라고. 시인의 비유보다 한평생을 살아낸 노인들의 비유 속 삶은 더 진솔하다. 그분들이 바로 꽃에 빗대어진 짧은 생을 거의 살아낸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가진 것 없어 몸을 재산으로 한평생을 살아 굽은 등에 갈고리 같은 손에, 닳은 손톱을 가진 노인들은 자연의 부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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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백년해로 참 고마운 당신] 2014년 9월 9일 방송
#백년해로 #부부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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