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타임] 나쁜 기억을 잊고 싶은 당신에게

앵커 멘트

매주 수요일, 일상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받는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시간, ‘힐링타임’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동근 선생님 모셨습니다.

질문
안녕하세요?

답변
안녕하세요. 신동근입니다.

질문
오늘 어떤 주제를 다룰지, 오늘의 고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40대 주부입니다. 몇 년 전 친한 친구의 권유로 그동안 모아두었던 5000만원을 투자를 하게 됐어요. 처음엔 꼬박꼬박 이자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사기였더라고요. 돈은 떼이고 친구는 잠적하고...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고, 제 자신이 한심했어요. 이제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꾸 그 기억이 떠올라 괴로워져요. 이젠 잊고 싶은데... 이렇게 싫은 기억을 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과거의 나쁜 기억 때문에 힘들어 하시죠.

잊고 싶지만 잘 잊혀 지지 않아서 괴로워하시고요.

오늘은 ‘나쁜 기억을 잊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질문
살다보면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는데요.

왜 유독 나쁜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서 괴롭히는 걸까요?

답변
우리의 뇌는 모든 일을 다 기억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강한 감정이 실린 기억은 오래 남는데요, 우리는 기억을 하고 있지만 실은 기억과 함께 실려 있는 여러 색깔의 감정을 함께 떠올리는 겁니다.

일반적인 기억이 해마라는 부위에 저장되는 반면, 분노와 두려움 같이 생존에 밀접한 관련을 갖는 기억은 해마의 끝부분에 달려 있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라고 하는 부위에 저장이 됩니다.

편도체는 기억과 관련된 감정을 함께 기억하고 있으며 특히 공포 반응을 통해 어떤 대상에게 덤비거나 도망가게 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이곳은 저장이 되고 난 뒤에 잘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분노나 두려움 이외에 박탈감, 좌절감, 수치심, 억울함, 이용당함, 배신감 같은 감정도 생존에 관련이 있는데요.

이런 감정이 실린 기억, 즉 나쁜 기억이 오래 가는 것은 바로 편도체에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질문
누구나 그런 잊고 싶은 기억이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과거의 나쁜 기억을 잊고 싶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답변
기억을 없애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기억을 약화시키거나 객관화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기억을 객관화하기 위해선 그 기억과 감정을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꺼내는 방법은 말이나 글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잊고 싶은 기억을 얘기를 해보세요.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또 나만 그렇게 힘든 경험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으며 객관적인 조언을 받을 수도 습니다.

차마 말로 꺼내기 어렵다면 글로 써보시기 바랍니다.

기억과 관련된 감정을 기록하고 현재의 감정 상태와 현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쓰다보면 그 기억은 내가 당한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보다 더 객관화되고 고통은 그만큼 더 줄어들 것입니다.

꼭꼭 숨겨진 기억은 자신을 힘들게 하지만 일단 기억을 밖으로 꺼내고 나면 내가 그 기억에 참여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관찰자처럼 느껴지게 되고 기억과 얽혀있는 감정이 좀 더 약화돼서 결국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즉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게 됩니다.

자기 객관화란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 고등한 사고방식인데요, 제 3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성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치 힘든 태풍을 벗어나 태풍의 눈 위에서 태풍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말과 글을 통해 실제로 효과를 본 사례도 있나요?

답변
앞서 말씀드린 주부도 실제로 글로 쓰고 나서 그 기억이 많이 약해졌고 더욱 편안해졌는데요.

나쁜 기억을 덜 나쁜 기억으로 심지어는 좋은 기억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앞서 뇌의 특성상 나쁜 기억이 오래 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나쁜 기억이 항상 더 많은 것만은 아닙니다.

좋은 기억도 많이 있지요.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