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 Life 다큐 #23 좌천동의 매축지 이야기 musiro 내보내기
Автор: 한창우musiro
Загружено: 2025-12-16
Просмотров: 8
일부 수정됨
100년의 세월이 머물고 간 흔적을 찾아가본
과거와 현재가 서로 부댓끼며 공존 하는곳
부산 동구 좌천동과 범일동 지역 일원의 매축지는 그렇게 시작된다.
지도 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육지로 표기된 곳이지만,
이 땅의 기억은 단순한 지형 변화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때 바닷물이 드나들던 자리, 생계와 노동, 확장과 아픔이 교차하던 경계의 장소.
나는 그 시간의 잔여를 확인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
이 탐방은 어떤 유적을 찾기 위한 여정이 아니다.
표지판도, 설명문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장소에서,
다만 ‘사라졌다고 믿어온 것들’이
정말 사라졌는지를 묻는 짧은 체류에 가깝다.
바다는 멀리 물러났지만, 과연 모든 흔적도 함께 사라졌을까.
좌천동 범일지역 매축지는 일상에 스며든 삶의 공간이다.
주변을 둘러싼 도로와 건물,
차량의 소음은 이곳이 특별한 장소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걸음을 늦추고 시선을 낮추면,
도시의 표면 아래로 가라앉은 시간의 결이 서서히 드러난다.
매립은 단절이 아니라 덮음에 가깝다.
물길을 막고 흙을 쌓아 올렸을 뿐, 그 아래의 시간까지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이곳의 땅은 한 겹의 현재 아래에 여러 겹의 과거를 품고 있다.
바다였던 시절, 포구와 생활의 풍경,
그리고 도시 확장의 논리가 차례로 포개져
지금의 좌천동 일원을 이루었다.
나는 이곳을 걸으며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상상한다.
건물의 기단과 도로의 높낮이,
어딘가 어색한 지형의 흐름은 과거의 해안선을 암시하듯 남아 있다.
기록으로 남은 매축의 연대보다도,
몸으로 느껴지는 공간의 어긋남이 이곳의 시간을 더 또렷하게 말해준다.
사람들은 바다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바다는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매축지는 바다 위에 세워진 땅이며, 현재의 도시는 그 사실 위에 성립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곳은 사라진 장소가 아니라, 기억을 감춘 장소에 가깝다.
이 탐방에서 내가 확인한 것은 거창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다만 도시가 얼마나 많은 침묵 위에 세워지는지,
그리고 그 침묵을 잠시라도 귀 기울여 듣는 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개인적인 체감이었다
오십 층을 넘나드는 고층의 건물들이
어색하게 주변을 에워싸듯이 하늘을 덮고 있지만
아직도 초창기의 애환이 베여 있는 주변 흔적들은
저녁으로 가는 하루의 시계를 멀리서 바라본다.
Доступные форматы для скачивания:
Скачать видео mp4
-
Информация по загрузк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