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습노트⬛⚜리어왕. 인물하나를 만들어내는데 어찌 안 아프고 만들어 낼 수가 있겠는가? 아픈게 당연하다.

✴9.연습노트

⬛⚜리어왕 (눈먼자들)
4월 공연 다섯번째 연습.

아프다. 감기몸살인거 같다. 연습가기 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아프다. 하지만, 배우 한 명이 빠지면 연습 분위기가 어떤지 너무나 잘 알기에 "아파도 연습실에서 아프자" 라는 각오로 지하철을 탔다.

그동안 공연 연습들을 대학로에서 했기에 연습실 가는 부담이 없었다. 멀리서 연습 오는 배우들의 마음도 이해해 본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아픈몸도 연습할 때는 딴 사람이 되는듯 괜찮다. 연습이 끝나면 온 몸이 끊어질듯 춥고 아파온다. 그래도 연습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몇 달간 모노드라마 '웨딩드레스'를 혼자 연습하고 공연해서인지 함께 연습하는 에너지들이 좋다. 그 에너지와 함께 할 때 좋은 공연을 만들어 낼 수있다. 그 에너지를 알고 느껴야하기에 난 연습을 하고 있다. 온 몸에 차가운 얼음을 맞은 듯 춥고 시리다. 배까지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고 물만 마시고 있다.

인물 하나를 만들어 내는데 어찌 안 아프고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아픈게 당연하다. 이번 리어왕 맏 딸 역은 그냥 입에서만 나오는 텍스트에 의존한 연기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다. 해서도 안된다.

내 안에 '엄청난 악'을 끄집어 내보리라. 내 안에 없다면 영상과 사진 음악 그리고 많은 자료들을 모조리 다 살펴서라도 찾아 내겠다. '이주화만의 거너릴'을 만들어 내고 싶다. 그래야만 이 소중한 시간들이 의미 있음이다.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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