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하나, 고요 속에 피어나다 – 오봉산 석굴암 돌피리 연주. 요코자와 카즈야2025년 봄 | ひとすじの息吹　静寂に咲く 五峰山石窟庵の石笛演奏. 横澤 和也 2025 春のひとときに

경기도 오봉산 석굴암.
천 년의 세월을 품은 이 고요한 사찰은
자연의 품 안에서 깊은 침묵을 간직해온 수행처입니다.

사람 손 닿지 않은 자연동굴 안,
수백 불상의 침묵이 감도는 그 공간에서
일본 돌피리 명인 요코자와 카즈야가
자연석으로 만든 석적(石笛)과 피리를 불었습니다.

그저 바람과 공기, 고요와 울림에
몸과 마음을 맡긴 채,
피리는 자연스레 불려졌습니다.

소리는 흘렀고,
그 흐름은 마치 한 줄기 숨처럼
우리 안의 고요를 건드리며
마음 깊은 곳을 흔들었습니다.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석적은
태고의 신비를 품은 돌.
그 돌이 불려지는 순간,
동굴은 다시 태초의 울림으로 깨어났습니다.

석적과 석굴,
두 개의 자연이 만난 그 자리에서
숨결은 곧 깨달음이었습니다.

피리의 숨결 하나,
세상이 허락한 자비였습니다.

돌피리가 울던 그 순간,
석굴 깊숙이 앉은 나한존자님들 또한
소리 없는 미소로 화답하셨을지 모릅니다.
고요 속에 번진 작은 기쁨,
그것이야말로 자비의 숨결이었으리라 생각듭니다

이 울림, 마음에 스친 한 사람이 적습니다.


韓国・京畿道の五峰山石窟庵。
千年の歳月を抱くこの静かな寺院は、
自然の懐に抱かれ、深い沈黙を湛えてきた修行の地です。

人の手が加わっていない自然の洞窟の中、
数百体の仏像が静かに佇むその空間で、
日本の石笛（いしぶえ）名人・横澤和也氏が
自然石から生まれた石笛と笛を奏でてくださいました。

ただ、風と空気、静けさと響きに
身と心を委ねたその瞬間、
笛は自然と吹かれました。

音は流れ、
その流れはまるで一筋の息のように
私たちの内なる静寂に触れ、
心の奥底を揺さぶりました。

自然石から作られた石笛は、
太古の神秘を宿した石。
その石が吹かれた瞬間、
洞窟は再び原初の響きに目覚めました。

石笛と石窟――
二つの自然が出会ったその場所で、
息吹はそのまま悟りとなりました。

笛のひと吹き、
それは世界が許した慈しみでした。

石笛が響いたその瞬間、
洞窟の奥深くに座す羅漢尊者たちも、
音なき微笑みで応えてくださったのかもしれません。
静けさの中に広がる小さな喜び――
それこそが、慈しみの息吹であったように思えます。

静けさに
ふと触れた音
書きとめる (金)

경기도 오봉산 자락에 숨겨진 나한기도 도량, 석굴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1번지, 오봉산 관음봉 중턱에 자리한 석굴암(石窟庵)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의 말사로, 서울 인근에서 보기 드문 고요한 나한기도 도량이다.

석굴암이 위치한 오봉산은 북한산과 도봉산의 명맥을 잇는 산세로, 특히 도봉산의 서쪽에 자리해 다섯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 중 관음봉 중턱에 아늑히 자리한 이 암자는 장중한 기운과 맑고 깊은 계곡 물소리가 어우러져, 수련과 기도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지닌다. 또한 군부대 초소를 통과해야만 접근할 수 있어, 서울과 인접하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고요함과 청정함을 간직하고 있다.

도봉산은 자운봉(紫雲峰)을 중심으로 남쪽의 만장봉(萬丈峰), 선인봉(仙人峰)과 서쪽의 오봉산, 그리고 우이령 너머 북한산으로 이어지며, 예로부터 왕관을 닮은 형상이라 불리었다. 오봉은 그 왕관을 호위하는 장군의 기마상에 비유되곤 했다.

석굴암의 창건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전해진다. 신라 문무왕 시기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설과 도선국사의 창건설이 있으며, 고려 시대에는 나옹화상이 공민왕의 왕사로 있으면서 3년간 수행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에는 무학대사의 제자인 설암 관익(雪庵寬益) 대사가 주석하며 석굴에 지장과 나한의 불상을 조성했고, 1455년에는 단종의 왕후가 왕세자를 위해 이곳을 중창하여 원찰로 삼았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되었던 석굴암은 이후 초안 스님의 원력과 기도, 그리고 그 상좌인 도일 스님의 정성으로 복원되었고, 오늘날 다시금 나한 기도의 도량으로서 일반인들에게 문을 열고 있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쉽게 닿을 수 없는, 그러나 그만큼 더욱 신비롭고 고요한 석굴암은 천혜의 산세와 깊은 수행의 숨결을 간직한 보석 같은 도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