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궁중비사] 아내, 아들, 며느리를 전부 잃은 광해군의 기구한 유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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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궁중비사는 아내, 아들, 며느리를 전부 잃은 광해(光海君)군의 기구한 유배생활입니다.

우리의 역사에서 폐위된 왕으로 연산군과 광해군이 있는데 연산군은 유배된지 얼마 후에 바로 죽어서 그 죽음이 알려져있지만 광해군의 그후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폐위된 왕의 말로는 기구할 수밖에 없고 가족들의 운명도 마찬가지인데 광해군 가족들의 운명도 그래서 폐위 후 광해군과 폐비 유씨, 폐세자 질과 폐세자빈 박씨 등은 강화도에 위리안치되었습니다.
이들을 강화도에 유폐시킨 것은 감시하기에 쉬운 곳이었기 때문인데 이들 네 사람을 한 곳에 두지 않아 광해군과 유씨는 강화부의 동문 쪽에, 세자와 세자빈은 서문 쪽에 각각 안치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아내의 죽음

이들이 안치되어 울타리 안에 갇혀 살기 시작한 지 두달 쯤 후, 폐세자는 사약을 받고 폐세자빈은 자살을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당시 20대 중반이던 이들 부부는 아마 강화도 바깥쪽과 내통하려고 한 것 같은데 세자 질은 담 밑에 구멍을 뚫어 밖으로 빠져나가려다 잡히는데 손에는 은덩어리와 쌀밥, 황해도 감사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었답니다.
짐작하건대 은덩어리를 뇌물로 사용해 강화도를 빠져나가려 했던 것 같고 황해도 감사에게 모종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전달하려 했을 것입니다.
세자 질이 황해도 감사에게 전달하려 했던 편지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옹호하던 평양 감사와 모의해 반정 세력을 다시 축출하려고 시도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때문에 인목대비와 반정 세력은 그를 죽이기로 했고, 결국 사약을 내렸던 것으로 이 사건으로 세자빈 박씨도 죽었는데 박씨는 세자가 울타리를 빠져나갈 때 나무 위에 있었다고 합니다.

망을 보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세자가 탈출에 실패해 다시 안으로 붙잡혀 오는 것을 본 그녀는 놀라서 그만 나무에서 떨어졌고 이후 유배지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반쯤 뒤에 광해군의 아내 유씨도 당한 현실을 믿을 수 없어 화병을 얻고 말아 유배생활 1년 7개월 만인 1624년 10월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폐비 유씨는 불교를 믿고 있었는데 방 안에 부처를 모셔놓고 “후생에는 임금의 집 며느리가 되지 않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했었다고 합니다.
아들과 며느리, 아내를 잃은 광해군에게는 박씨 일가로 시집간 옹주 한 사람만 남게 되고 광해군은 유배 생활에 적응하며 그 이후로도 18년을 넘게 생을 이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