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뉴스] "거기선 뜨거운 데 가지 마"... 유족들 참사 현장서 '차례' / YTN

여객기 꼬리 부분은 검게 그을렸고, 기체의 파편은 사방으로 흩뿌려졌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지 나흘째, 유가족들이 처음으로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박현신 / 유가족 대표 : 사고 현장을 전원 이동할 겁니다. 유족분들이. 가는 데까지 시간이 이렇게 많이 걸렸어요.]

7백여 명의 유족들은 가족에게 줄 새해 음식을 챙겨 사고 현장까지 이동했습니다.

버스에서 차례로 내려서 걸어가는 유족의 시선은 기체 꼬리와 타버린 잿더미에 고정돼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까이 볼 수 없었던 사고 여객기를 마주하니 참았던 울음이 터집니다.

취재진은 동행할 수 없었지만, 유족들의 통곡 소리는 사고현장과 2백 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들렸습니다.

노란 통제선 밖으로 떡국과 과일을 올려 제사상을 차렸습니다.

두 번 절을 하며 어머니·아버지, 혹은 아들·딸, 혹은 언니·동생에게 새해 인사를 건넵니다.

절을 할 때마다 뜨거운 화마 속에 갇혀 있었을 동생이 떠올라 휘청거리기도 합니다.

나흘 동안 공항 멀리서만 볼 수 있었던 자녀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손 인사도 해봅니다.

현장 방문을 마친 일부 유가족은 울다가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 : 가서 보니까 눈으로 믿기지 않는 현실에…. 정말로 하늘나라에 가서는 뜨거운 데 가지 말라고…. ]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현장이지만, 막상 도착하니 참담한 마음에 제대로 눈에 담을 수도 없었습니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 : 너무 눈물이 나와서 동체도 제대로 못 보고요. 헌화만 하고 술 한 잔 조카한테 따라주고 눈물만 흘리고 왔습니다.]

유가족 옆에서 울음을 참던 공무원도 결국, 눈물을 훔쳤습니다.

사고현장 방문은 새해 첫날을 맞아 간소한 추모라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유가족 대표단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은 유가족을 위한 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24시간 현장 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희생자 신원이 모두 확인된 만큼 유족에게 시신 인도가 이루어진 뒤 장례 절차도 차례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새해 둘째 날에는 179명 가운데 첫 희생자 발인도 진행됩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유족들의 시간은 아직 참사가 일어난 2024년 그 날에 그대로 멈춰있습니다.

YTN 표정우입니다.

자막뉴스ㅣ이미영, 고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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