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침묵 한용운 해월낭독
Автор: 시인해월 언어힐링
Загружено: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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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한용운
남은 갔습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갔습니다
푸른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숨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 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 인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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