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부동산 르포, 실수요자의 ‘한숨’ / KBS 2025.12.01.

지난달 정부가 이른바 ‘10.15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한 달 만에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일각에선 실수요자의 불만도 커졌습니다.

한 달 전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광명시. 평일 오후인데도 견본주택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규제 이후에도 분양 수요는 여전한 모습입니다. 이 아파트 청약을 위해 일부러 이사까지 하며 준비한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대출 규제는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고 합니다.

광명시민/
제일 걸리는 건 아무래도 대출 규제이기는 하죠. 어쨌든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좀 줄어들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어쨌든 저희가 추가로 현금이 더 필요한 상황인데 그걸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그게 제일 큰 걱정입니다.

인근의 부동산으로 가봤습니다.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엔 주택 거래가 뚝 끊겼다고 합니다.

광명시 공인중개사/
지금 광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서 거래가 많이 줄어드는 상황이고요. 지금 문의 전화도 많지가 않아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른바 ‘10·15 대책’은 전문가들조차 놀랄 정도였습니다. 핵심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규제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겁니다. 규제 지역이 된 곳은 주택담보대출비율이 대폭 줄었고, 아파트 거래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도 정해졌습니다.

권대중/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교수
고가 아파트는 25억 넘는 경우는 2억 원밖에 대출이 안 되고요 또 그 이하도 6억 원 이하에서 (아파트) 금액별로 제한돼 있어서 부동산 매입이 어려워졌습니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밀집한 서울 양천구.

이 90대 노부부는 최근 아파트 매도 계획을 철회해야 했습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 양도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양천구민 가족(음성변조)/
재건축·재개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자기가 어떤 일이 생겨서 집을 팔 경우가 있어도 못 팔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선의의 피해가 계속 양산될 거예요. 투기과열지구에서 (예외 조항인) 10년 보유 장기 보유라는 게 너무 대단한 억제 조치예요.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최근 매물과 거래량이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이 아파트 단지 2280세대 중에 현재 매물은 십여 건에 불과합니다.

서울의 매매 시장에 나온 아파트 매물 건수를 살펴보니 지난달 규제가 발표되기 전, 7만 4천 개였던 매물 수는
한 달 만에 6만 2천 개로 15% 급감했습니다.

김경민/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어떤 사람이 그러니까 투기가 아니고 애가 커서 이사를 갈 수도 있고요. 본인의 직장이 다른 데 있어서 경기도에서 은평구로 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집을 팔았는데 본인이 생각했을 때 과거에 LTV 70%는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40%로 준 거예요. 그럼, 이분은 결국은 어떤 생각을 하냐면 ‘내가 이사를 못 가네’하면서 본인의 집을 팔지 않고 그냥 잠김 효과가 일어나는 겁니다

10.15 부동산대책 전후 2개월간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 4만 건을 살펴봤습니다.

규제 지역의 경우 만 8천 건에서 4천6백 건으로 74%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서울 영등포구로 92%가량 줄어들었습니다.

매매 건수로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가장 많은 8백92건이 줄었습니다. 다만, 기존 규제 지역이었던 강남과 송파, 서초, 용산은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모습입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전세를 끼고 사야 하는 사람이 강남 3구에 사고 싶은데 토허제 때문에 못 사니까 마포 성동에 샀던 분들이 이제 어차피 다 묶이니까 ‘그냥 차라리 송파구에 사자’라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거래가 줄었다면 가격도 내려갔을까. 20년 넘게 아파트 주간 시세를 발표해 온 업체의 분석 내용입니다.

윤지해/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대책 전에 계속 이제 우상향하는 패턴들이 나옵니다. 4주 이동 평균선으로 보게 되면 쭉 올라가다가 일정 부분 이 대책의 효과에 의해서 상승 폭이 좀 둔화하는 흐름으로 가는 추세라고 볼 수가 있고요. 한국부동산원, KB국민은행, 부동산R114 다 가격 수준이 둔화하고 있습니다. 그럼, 대책의 효과는 둔화로써 나타나고 있는 거죠.

일부에선 비규제지역으로의 풍선 효과가 언급됩니다. 지난 12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지금 화성이나 구리 지역 같은 경우에는 약간 부동산 가격이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일부 확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화성시 동탄역 인근의 천4백 세대 규모 아파트입니다. 전용면적 84제곱미터의 경우 규제 직후 가격이
1억 원 정도 뛰었습니다. 그런데 동탄역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분위기가 다릅니다.

김순이/화성시 공인중개사
그때 대책 발표 나고 나서 한 3~4천만 원 정도는 (가격을) 올렸어요. 호가는 올렸지만 실제로 올린 금액에 거래가 되거나 이러진 않았어요.

풍선효과도 역세권 등 일부 지역에만 나타나는 등 지역 내에서도 편차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권대중/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교수
화성시는 화성 특례시입니다. 인구 100만 명이 넘습니다. 근데 동탄지구는 신도시이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했지만, (화성시) 다른 지역은 또 상승 안 했거든요. 그런데 이 가격이 동네별로 지정하는 게 아니고 시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정을 합니다. 그러니까 화성시의 평균 물가 상승률을 따지다 보니까 또 빠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30대 남성이 KBS를 찾아왔습니다. 자녀들을 위해 이른바 ‘갈아타기’를 계획하다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호소합니다. 5년 동안 준비한 이사 계획이 물거품이 된 건데, 당장 필요한 만큼 대출할 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성북구민(음성변조)
저희한테는 LTV 40%가 가장 직격탄 영향을 미쳤죠 (기존에는) 10억짜리 아파트면 저희가 이제 6억 정도는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근데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주택을 매도해도 한 현금 3억 정도밖에 없으니까 그러면 10억짜리에 LTV 40%면 4억을 (대출)받고 나머지 6억은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지금 3억밖에 없으니까

윤지해/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1주택자가 자기 집을 팔고 넘어가는데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건 ‘실수요자도 규제하겠다’에 좀 더 가깝습니다. 거주를 목적으로 해서 규제하는 거는 그럴 수 있는데 대출 제한에서 1주택자 갈아탈 때 혹은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할 때 한도 제한을 딱 걸어버리는 건 사실은 무차별적인 거죠
규제 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에선 집단적인 주민 반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말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백화점 앞. 규제 지역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김천호/노원구민
지금 노원구는 주민들이 계속 유출되고 있어요. 지금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규제가 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하면 앞으로는 노원구 같은 경우에는 더욱 지역 개발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연기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거든요.

윤지해/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서울 외곽지가 강남 3구랑 똑같은 규제를 받고 경기도에 위치한 수원시가 강남 3구와 똑같은 규제를 받는 거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6·27 대책을 발표할 때 수도권 일괄해서 6억 원 대출 한도 이렇게 규제했잖아요. 근데 예를 들어서 경기도 외곽지 파주 혹은 의정부 혹은 평택 이런 지역을 똑같이 6억 원 한도 규제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난 시점, 더 보다는 KBS 미디어연구소와 함께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우선 응답자 10명 중 9명은 현재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불안 요인으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주택가격 급등'을 주로 꼽았습니다. 정부에 요구하는 대책으로는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규제 완화’가 가장 많았고 ‘다주택자 세제 강화, ’주택공급 확대‘도 언급했습니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엔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았습니다. 부동산 대책의 세부 내용 중에선 '불법행위 대응 강화'가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고, '대출 규제 강화'에 대해선 반대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내년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전망은 상승 전망이 우세했는데, 그 이유로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정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란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노원구에서 30대 여성을 만났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직후 아파트를 팔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LTV가 줄어들며 자금이 모자라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던 계획은 수정해야 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빠르게 바뀌는 부동산 정책에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졌다고 말합니다.

취재:이승종
촬영:조선기 강우용 설태훈 최승구
편집: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아연
조연출:이민철 엄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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