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133. 반계이윤

磻(강이름 반), 溪(시내 계), 伊(저 이), 尹(다스릴 윤) 입니다. 반계는 섬서성(陝西省) 부근 위수의 지류에 있던 넓적한 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강태공이 그 위에서 낚시를 했다 하여, 반계는 강태공을 일컫는 별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자는, '강태공과 이윤' 을 의미합니다. 이윤은 은(殷)나라로도 알려진 상(商)나라 사람입니다. 탕임금을 도와 하나라를 멸망시키고, 상왕조의 기초를 다진 명재상입니다. 강태공은 기원전 11세기 주나라 문왕과 인연을 맺었고, 그 뒤를 이은 무왕을 도와 상나라를 멸명시킨 명재상입니다. 여기서는 이윤(伊尹)이 강태공(姜太公)보다 앞선 사람이지만, 운율 때문에 반계가 먼저 나왔습니다.
강태공은 주 문왕을 만나기 전, 위수의 반계에서 낚시를 했고, 이윤은 상 탕왕을 만나기 전에 신야(莘野)에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문구는 반계강상, 신야이윤(磻溪 呂尙 莘野 伊尹)이 되겠습니다. 앞과 끝 두자만을 취해 사자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더 짧게는 위-신(渭-莘)이라고도 합니다. 즉, 위수에서 낚시를 하고, 신야에서 농사를 짓다, 재상으로 발탁되어 구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 왕조를 연 2명의 명재상을 위-신이라 일컫습니다.
이윤은 다음에 나올 사자 '좌시아형( 佐時阿衡)'에서 한번 더 언급될 예정이니, 강태공에 대해 말씀드리겠씁니다.

주나라 문왕이 주역에 밝았는데, 어느날 사냥을 가기 전에 점을 쳤더니, 짐승이 아니라 천하를 낚는 괘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만난 이가 위수 부근 반계에서 낚시를 하던 여상이었습니다. 이 때 여상의 나이가 70 혹은, 80을 훌쩍 넘겼다고 하는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나중에 이혼한 아내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40이나 50대 였던걸로 짐작됩니다.
문왕은 여상을 만나 대화를 한 후, 크게 기뻐하여, '태공(太公)이 기다린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라며 데려갔다고 합니다. 태공은 임금의 아버지, 혹은 조상을 말합니다. 그래서 태공이 원하던 사람이라 하여, 여상은 '태공망'이란 별호를 얻게 되었으며, 그의 성을 따서 강태공으로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강태공은 성은 강(姜), 이름은 상(尙)이라, 처음에는 강상이라 불리웠습니다. 이후, 제나라 제후가 되어 여(呂)지방을 다스리게 되면서, 여상(呂尙)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습니다. 다르게는 그의 어머니 성이 강(姜)씨이고, 원래 여씨였다는 설도 있기도 합니다. 오늘날 강태공은 수많은 강시와 여씨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여기 초상에 적힌 강여상은 잘못 표기된 것입니다. 여상 혹은 강상이 맞습니다.
강태공은 문왕의 국사, 즉 스승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며, 뒤를 이은 무왕을 보좌하여, 부패한 상왕조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중원 패권국가로 만듧니다. 강태공은 문왕, 무왕, 성왕(成王), 강왕(康王) 4대에 걸쳐 태사(太師)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그가 세운 제(齊)나라는 훗날 춘추전국시대 패권국이 되기도 합니다.
강태공은 매우 뛰어난 전략가였기에, 공자를 문신에 비유한다면, 강태공은 무신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그의 병법서 육도와 삼략(六韜 三略)은 중국 고대 최고 병법서로 꼽는 무경칠서(武經七書) 중 2권에 해당됩니다. 손무의 손자병법도 강태공의 육도삼략에 기초하여 만들진 것입니다.
그런데, 여든 넘어 만난 노인이, 어린 문왕, 무왕 등 4대에 걸쳐 봉사했다니 대단합니다. 설에 따르면, 강태공은 140여세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on] 궁팔십 달팔십(窮八十 達八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궁색하게 80을 살고, 다시 80년을 활발히 천하를 경영한다는 말입니다. 이는 강태공의 인생역정을 나타낸 구절입니다. 중국 옛 기록은 과대포장이 많아서 믿기는 힘들지만, 강태공이 뒤늦게 입신하여 오래 살았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저희 나라에도 강태공과 비슷한 이가 있다면, 임진왜란 때,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권율이 있습니다. 권율은 마흔 넘도록, 먹고, 놀기만하다, 마흔여섯의 뒤늦은 나이에 병과에 급제하여 팔도 도원수까지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재미난 것은 권율의 사위가 이항복인데, 사위가 과거에 급제하자, 집안의 타박이 너무나 심해, 장인된 도리로 과거에 나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