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계단 앞에서-아버지 /이가은 시인 낭송
Автор: 문학TV - Silk road
Загружено: 26 апр. 2021 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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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현대시 해설 #시창작강의
계단 앞에서
-아버지 / 이가은
갈치 꼬리보다
가늘고 긴 다랑논배미를
아버지는 층층이 일구셨다
모를 심을 땅보다
논둑이 더 많은 계단갈이
한나절에도 몇 담배 참씩
하늘을 올려다보곤 하셨다
우수 경칩이 오기 전부터
뼈끝 시린 산골 물 끌어와
논배미마다 찰랑찰랑 눈물처럼 가두셨다
정오의 막대 그림자
제 속으로 가장 짧게 꽂혀질 때
응달진 골짜기 논배미에도
따스한 햇살 쏟아져 내려
한가득한 논물, 마치 윤슬처럼 반짝거렸다
장화도 장갑도 없이 맨발 맨손으로
한 방울이라도 허투루 새어나가지 못하게
뚝심찬 워낭소리 앞세우며
구성진 노동요 가락도 신명나게 뽑으셨지
가늠할 수 없었던 유년시절
이제사, 땅속으로 스며드는 물처럼
가슴 흥건히 젖어든다
아래서부터 위로 올려보내기 위해
메말라가는 물꼬 다독이며
가시고기처럼 온전히
튼튼한 계단석이 되어주셨던 아버지
대웅전 백팔계단 오르듯
경건한 옷깃 여며 단단히 포개고 싶다
밟을수록
뿌리 튼실해지는 겨울 보리처럼
나를 밟고 오를 수 있는
누군가의
단단한 계단이 되고 싶다
-출처: 시조집 『가을과 겨울 사이』,알토란북스, 2020.
약력
▶경북 경주 출생.
▶2004년《월간문학》당선 등단.
▶경기시조시인상, 한국여성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문자 메시지』『가을과 겨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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