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었다 깨면 한 세기가 지나 있었으면 좋겠어ㅣ안희연 시집 당근밭 걷기🥕ㅣ안희연 시집 낭독ㅣ대구 일상환기 후기ㅣ독서 브이로그ㅣ시집 추천
Автор: 네모노트 nemonote
Загружено: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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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에 있을 때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참 특이한 날이다 생각했어요. 평소와 같이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고 있을 때쯤 갑자기 저녁에 아버지께 전화가 왔어요.. 평소 그 시간대는 전화를 하지 않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니 받기가 무서웠어요. 뭔가 일이 터진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거든요.. 전화를 받자마자 아빠가 서럽게 우셨어요. 저는 영문도 모른채 깜짝 놀라 아버지 우는 소리에 같이 덩달아 울었어요.. 저는 태어나서 아빠가 그렇게 우시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첫째 고양이가 사고로 죽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아빠가 슬퍼하시는 모습을 보고 바로 전화를 끊고 영상통화를 다시 걸었어요. 황망하게 멍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와 옆에서 울고있는 아빠를 보면서 더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그날 새벽 바로 비행기를 끊고 한국으로 왔어요. 함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제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화장은 끝나고 말았어요. 내가 한국 도착 할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나도 마지막 함께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울며 불며 했지만 이미 전날부터 차갑게 식어버린 첫째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서 부모님이 겪었을 고통을 제가 헤아리지 못했어요.. 부모님은 이미 녹초가 되셨거든요. 그 날이 얼마나 트라우마가 되셨을까 전 그게 너무 걱정이 됐어요.. 자식들 다 결혼시키고 난 뒤 부모님께서 집안이 텅텅 빈 것 같다며 허전해 하셨어요.. 특히 저는 외국으로 가야하는 상태라 더 서운해 하셨구요. 그 빈자리를 우리 고양이들이 채워주고 있었다는걸 망각해버렸어요..
우리 첫째 고양이는 정말 예뻤어요. 처음 올 때부터 너무 예뻐서 텔레비전에 광고 모델로 나와도 되겠다는 말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부모님도 저희도 모두 일하러 나가면 첫째 고양이가 너무 외로울까.. 둘째를 입양했어요. 둘째는 첫째보다 엄청 작았는데도 성격이 칼칼해서 언니한테 막 덤비기 시작했어요. 그 일로 첫째가 의기소침해져서 성격이 내향적으로 변해버렸어요.. 이 일을 두고두고 저희 가족은 미안했어요. 첫째를 위해 둘째를 데리고 왔는데 이게 첫째에게 좋은 영향이 아니었던 거죠.. 그 뒤로 엄마가 첫째를 많이 챙기셨어요. 그렇게 첫째는 엄마 껌딱지가 되어서 엄마가 자러 갈때도 졸졸 심지어 잠시 화장실에 가실 때도 졸졸 쫓아가서 엄마를 귀찮게 할정도로 엄마 바라기가 되었었어요.. 성격이 내향적인 만큼 첫째 고양이는 낯을 많이 가렸어요. 제 친구가 간혹 집으로 놀러오면 침대에 숨어버리기 일쑤였는데, 정말 신기한게 처음 제 남편이 저희 집으로 왔을 때, 가족이 될거라는 걸 알았는지 첫째가 낯을 가리지 않고 남편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렸어요. 그래서 너무 고마웠어요. 첫째가 남편을 우리 가족으로 받아줘서.. 너무나도 착했던 첫째는 분명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며 나중에 우리를 반겨줄거란걸 알고있지만, 사실 지금 너무 보고 안고싶어요.. 있을 때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하고 더 사랑해줄걸 후회가 많이 남아요.. 며칠동안은 말을 꺼내면 아플까 첫째에 대해 말하지 못했어요.. 저희 가족에게 얼른 망각이 찾아와 슬픔 감정은 가져가고, 좋았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만 남게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또 마음이 아팠던게 둘째가 첫째가 가고나서 상태가 많이 안좋아졌어요. 찾아보니 고양이도 같이 살던 동물이 죽으면 상실감에 우울증이 올 수도있다는 연구 결과 있다는걸 보았어요. 밥도 잘 안먹고 누가봐도 툭 건들이면 바로 울 것같은 얼굴을 한채로 침대 밑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지금은 온 가족이 둘째에게 정성을 쏟고 있어요. 첫째에게 미안한만큼 후회하지 않도록 다들 말하지 않지만 같은 마음으로 둘째를 돌보고 있어요.. 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저의 마음을 이해하실거라 생각해요.. 저에게 위로가 되었던 시 한 편 남겨봅니다.. 누군가에게 제가 받은 위로만큼 힘이 되길 바래요.
날씨가 많이 더워요.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고, 항상 넘치도록 그래서 아무런 미련이 없을만큼 우리 서로를 뜨겁게 사랑해줘요.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망각은 산책한다/안희연
보내고 돌아온 사람의 곁에
망각은 있다
비가 다녀간 흔적이 있군요
흙이 마르려면 시간이 걸리겠어요
망각은 커튼을 걷고 찻물을 데운다
다 타기까지는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어요
새하얀 식탁보를 바라보며
선 채로 허물어지는 사람 곁에
망각은 창을 열고 손짓한다
망각의 손짓 한 번에 노랑턱멧새가 날아온다
멧새는 텃새예요 텃새는
계절이 바뀌어도 떠나지 않고 머무는 새를 뜻해요
물은 쉽게 끓는 점에 도달하고
산책할까요?
당신은 축복받은 새에게서
시끄러운 새,
닫히지 않는 불의 입구를 본다
한 마리의 몸을 가르고
수십 마리로 날아오르는 새들을
당신은 모든 것을 등뒤로 보내려 하고
망각은 오르막길을 좋아한다
한 걸음 뒤에서 걸으면
당신의 쏟아지는 뒷모습
발자국까지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끓어요, 휘발되도록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게
지워줄게요, 전부
잡아먹히며 평온한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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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 당근밭걷기
안희연 -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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