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B 뉴스] [기획2] 퇴직금도 없는 현실…장애인 노동권 ‘형식’ 넘어 ‘권리’로

앵커멘트)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
현재 시행 중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조항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을 향한 사회적 차별은 여전한데요. 노동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개선책이 마련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합니다. 어떠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노유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유재근 씨의 일터입니다.
재근 씨는 이곳에서 카드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한지도 벌써 15년째입니다.

편치 않은 몸이지만 일을 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는 재근 씨.
하지만 직장을 구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유재근 / 계양구 계산동 (뇌병변 1급)]
“장애인일자리 채용 박람회에 갔는데, 다들 경증만 일할 수 있는 직종만 구하고, 제 몸이 8시간을 못 버티더라고요. 그래서 장애 상태에 따라서 8시간을 못 버틸 수도 있는데, 그 체험 박람회는 8시간을 꼭 채워야 한다.”

인천에 등록된 장애인은 모두 15만 명.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 장애인의 수는 5만 4천여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들 중 일을 하는 중증 장애인은 19% 정도에 불과합니다.

어렵게 취업을 했지만, 현저히 적은 급여도 문제입니다.

이들이 받는 급여는 비장애인의 1/5 수준입니다.
현행법상 ‘근로능력이 낮다’고 판단되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약 40만 6천 원.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1,940원에 불과합니다.

장애인이기에 앞서
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최소한의 생활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셈입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경증 장애 위주로 채용이 이루어집니다.

이에 인천시는
2022년부터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도입해
중증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4년 인천의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모두 70개로
연수구와 미추홀구엔 각각 9자리씩 제공합니다.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서권일 /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이게 뭐가 문제가 되냐면, 장애인들이 노동을 하면 근로지원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어요.
근데 이게 기준이 60시간 이상 노동을 해야지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는데, 이분들은(권리중심 일자리 노동자) 60시간이 넘지 않으니까 근로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거예요.”

중증 장애인들의 사무를 보조해 주는 근로지원서비스.
월 근로 시간이 56시간인
권리중심 일자리는 해당 서비스에서 제외됩니다.

더욱이 근무 기간이 9개월뿐이라 4대 보험과 퇴직금도 없습니다.

서권일 소장은
장애인의 노동권 개선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합니다.

[서권일 /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일을 하려면 컴퓨터나 책상 같은 걸 마련을 해 줘야 되잖아요. 그 자리를 어디 창고나 어디 구석에다가 넣는다든가 그런 식으로 안 보이는 자리에다가 마련을 해놓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해요.
인천시에서 올해 (중증장애인자립센터) 복지 관련 예산이 아예 동결이 돼버렸어요. 그래서 기존에 복지 서비스 혜택 같은 걸 받고 계신 분들은 계속 받으시지만, 이제 신규로 신청을 하실 분들이 이걸 신청을 지금 못하고 계십니다.”

장애인의 노동권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생계와도 직결된 만큼
이에 대한 권리 역시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보장으로 이뤄져야한단 입장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차별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는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은 일상과 일터에서 불평등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NIB뉴스 노유리입니다."

취재기자 노유리 [email protected]
촬영기자 김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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