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밥로드후기》14. 밀양집★★★★☆

국밥 - 킥보드로 영도 한바퀴 도니 급격히 일정이 텅 빈다. 어딜 갈까. 백종원의 3대천왕이냐 부산 돼지국밥로드30이냐. 아직 배가 덜 꺼진 느낌이라 배도 꺼줄 겸, 거리가 있는 부평깡통시장을 향한다. 이곳에 대해서는 이웃분의 글을 보고 냄새에 예민한 분이 한 입 먹고 못 먹었단 말을 보고 불안했지만, 알고보니 굉장히 민감한 분이라는 말에 안심하며 간다. 내가 그 정도로 민감했으면 여기까지 국밥 못 먹었을 테니깐.

일주일이 지나 이미지가 꽤나 흐릿하다. 도착하고 주변을 보니 거리가 낯익다. 그리고 가게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기다리기도 뭣해서 도로변에 나오니 역시. 골든컴퍼니가 있는 곳 근처다. 가게 들어가서 술 구경하고 싶었지만 일요일이라 문 닫겼다. 다시 국밥집을 향했는데 사람이 조금 빠진 것 같아서 마스크 낀 이모에게 자리 있냐고 묻는다.

뭐라 말하시더니 입식 자리에 합석 괜찮냐고 말하시기에 머뭇거렸더니 입식 자리에 식사중인 할머니에게 여쭈신다. 예전에는 그러려니 앉았겠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썩 끌리지 않는다. 그냥 나중에 온다고 말하려고 가게에 들어갔는데 안쪽에 안 치워진 좌식 자리가 하나 있다. 굿. 그곳에 앉았다.

국밥 주문 후 내부를 둘러 보면 손님들 나이대가 높은 편이며, 손님들의 국밥은 뻘겋다. 잠시 마스크 벗지만 별 냄새는 안 난다. 손님들 구경하다 보니 국밥이 금새 도착했다.

우선 다대기와 마늘 덜어내고 고기 양 확인하는데 고기 양이 제법 있다. 고기는 머릿고기로 보이며 부추는 조금 눅눅한 느낌. 국밥은 토렴이며 반찬은 뭔가 적어 보인다. 다대기 덜어낸 첫 국물을 먹고 어디서 먹어본 맛이라 생각한다. 두세숟갈 먹고 익숙함의 정체를 파악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소고기국밥 맛이 난다?!

파채 단 맛이 적당히 녹은, 적당히 기름진 소고기국밥 국물. 난 왜 이렇게 인식하는 걸까. 이전에도 비슷한 경우들이 있다. 어떤 곳은 아삭이 고추 먹으니 오뎅 국물처럼, 또 어떤 곳은 다대기 넣으니 떡볶이 국물처럼 인식했는데, 이번 경우 다대기 덜어내니 소고기국밥 국물이군. 고개를 갸웃거리며 국밥 한쪽면에 다대기를 살짝 푼다. 맛이 뭉텅하고 맵다. 다시 섞지 않은 한쪽면을 먹는다. 소고기국밥 국물. 특이하다 여기며 고기를 먹는다.

고기는 큼직큼직하게 썰렸고, 부드러우면서 살짝 질긴 머릿고기. 특유의 향취는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있으며 고기 양은 꽤나 많았다. 한쪽면에 부추 김치도 살짝 넣지만 눅눅한 질감이라 국밥에 넣어 먹기엔 어울리지 않았다. 부추 이외엔 반찬 이미지가 흐릿하다. 고기가 많아 반찬에 손이 덜 가는 것도 있지만, 국물이 워낙 예상 밖의 맛이라 거기에 신경 쓰느라 손이 덜 가더라. 마무리쯤에 다대기 적당량 넣어 먹으니 맵다. 아마 다대기 주는대로 다 넣었으면 상당히 매웠을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인식하는 걸까. 파채의 단맛 부분과 기름진 국물에서 대구에서 먹던 소고기국밥 맛을 연상해서 일까. 혹은 미원 대신 소고기 다시다를 넣어서일까. 혹은 국밥 이외의 음식 폭은 얇아서일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소고기국밥 좋아해서 그리고 고기 많아서 괜찮았다. 마치 덜 빨갛지만 소고기 국밥 맛이 나는 국물에 큼직하고 부드러운 머릿고기가 많이 담긴 듯한 맛이다.

다 먹고 혹시나 싶어 다시 메뉴판을 본다. 소고기국밥은 없군. 밖에 나와 어디 갈지 고민하다가 그냥 피시방에 와서 글 쓰고 있다. 글 쓰다가 저녁 먹고 대구 가야겠다.

외관 사진은 깜빡해서 다음에 근처 들릴 일 있으면 찍을게용..

국밥점수측정
1. 고기가 많으면 좋다. (많음) ★
2. 고기가 맛있으면 좋다. (부드러우며 살짝 질긴) ★
3. 국물이 맛있으면 좋다. (소고기국밥맛) ☆
4. 개성이 있으면 좋다. (특이한 국물, 푸짐한 양) ☆
5. 돼지국밥에 가까울수록 좋다. (최대 ☆) ☆
6. 반찬이 맛있으면 좋다. (최대 ☆) ☆

찾아오는길
부산시 중구 부평동 2가 12-7
525번째 국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