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사랑, [석불사] 한국 부산

부산 금정산에 위치한 석불사에는 한 석공과 여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는 석불사에 조성된 관세음보살상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옛날, 부모를 여의고 머슴으로 지내던 배판수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석공 스승에게 돌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며 석공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의 실력은 점점 향상되어 불상 조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승의 딸과 서로 사랑하게 되었지만, 스승은 고아에 빈털터리인 배판수를 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승의 딸은 부모의 뜻에 따라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실의에 빠진 배판수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열정을 불상 조각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던 중 동래에서 금정산 석불사 병풍암 암벽에 마애불군을 조성하는 큰 불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전국의 명인 석공들이 모여 사천왕상과 석가여래상을 새기고 있었지만, 배판수는 초청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빈 공사장에서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 사랑하던 여인이 나타나 "나를 저 돌에 새겨주세요"라고 호소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배판수는 석벽의 빈 자리를 찾아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감로병을 들고 천의를 걸친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모습은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운 얼굴과 중생의 고뇌를 씻어주는 듯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관세음보살상은 석벽을 떠나 걸어갈 듯한 생동감과 아름다움을 지닌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배판수는 이 작품을 완성한 후 "이제는 죽어도 아무 여한이 없다"며 자신의 사랑이 비로소 완성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1950년에 조성된 석불사 만다라 마애불군에는 이처럼 한 석공과 여인의 사랑을 승화시킨 관세음보살상이 새겨져 있으며, 그 간절한 마음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