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에 묻은 손때가 그립다 시:김 천 복 낭송 : 한 정 숙
새벽녁에 덤핑현상이 와서 너무 힘들었다.
수면 중에 나도 모르게 몸의 각도를 지키지 못했나 보다
상체의 각도가 30도 이상을 유지해야만 안정된 수면을 취할 수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취식한 것이 다시 넘어오는 역류 현상이 온다.
산액으로 인해 창자가 녹는 것처럼 아리고 먹먹하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공포로 옥죄어 온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고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더 살고 싶은 이유는 그 산에 단풍잎이 덜 익었기 때문이다.
내가 더 살고 싶은 이유는 그 강에 흘려보낼 것들이 많아서이다.
내 고향 들녁에 청보리가 아직은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십여 년 전에 담근 술항아리가 익지 않아서이다.
벚꽃이 따뜻했던 4월의 그 춘정이 그리워서이다.
함께 걸었던 선유도의 바닷가를 못 잊어서이다.
소유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누려보고 싶어서도 아니다.
삶을 향한 뜨거운 내 가슴이 식을까 두려워서이다.
평생을 닦아놓은 바닥에 잡초가 우거질까 봐서이다.
아직 못 그린 그림이 소낙비에 젖을까 봐 두렵다.
내가 했던 상상임신을 또 누가 할까 봐서 두렵다.
아프다.
아이는 출산하지도 못하고 헛배만 불린 세월이 밉다.
동백은 피우지도 못했는데 파도가 살을 토하는구나.
재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는 시간아
어디로 가느냐
어디로 가느냐
아내와 자식들과 수시로 드나들었던
고향 집
손때 묻은 문고리가 그립다.
#최동호작가.#시낭송.#한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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