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닿지 않게, 마음 닿게.

주말 저녁, 노을이 천천히 지는 시간.
은퇴 후의 삶을 조용히 누리는 듯한 한 부부가 나란히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서로 말없이도 편안한 공기가 따라 들어왔다.

진료실에서 베드에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은 침을 맞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크게 웃지도 않고,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았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그들의 대화는 듣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적셨다.

아내의 팔에 침이 놓이자, 남편이 살며시 말했다.
"여보, 침 맞고 바로 물 닿으면 안 되니까… 오늘 저녁은 밖에서 국수 먹자."
그 말에 아내는 고개를 돌려 남편을 바라보더니, 호호 웃으며 “좋지” 하고 답했다.

그 짧은 한마디,
국수 한 그릇에 담긴 마음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을까.
크고 거창하지 않아도 서로를 아끼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
그들의 정겨운 온기가 진료실 가득 퍼졌다.

바깥은 어느새 어둑해졌지만,
그날의 풍경은 마음 한켠을 은은히 비추는 조명처럼 오래도록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