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전과 신장대, 천년의 만남 | 故 김영준 대법사 무무재, 그 영적 감응의 순간

역사적인 감응과 화합의 기록: 故 김영준 대법사 무무재 보고서
故 김영준 대법사님의 영면을 기리며 거행된 '무무재(巫巫齋)'는 단순한 추모 의식을 넘어, 한국 무속 역사상 전례 없는 **강신무(降神巫)**와 **세습무(世襲巫)**의 영적 합일(合一)을 증명한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이 보고서는 그 중심에 있었던 **지전설경(紙錢設經)**의 문화적 가치와, 강신무의 상징인 **신장대(神將臺)**와의 초월적인 감응 현상이 지닌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하여 기록하고자 합니다.

동아시아의 지전(紙錢) 문화와 한국의 장례 전통
**지전설경(紙錢設經)**은 고인이 저승길에서 사용할 노잣돈을 상징하는 종이 화폐로, 한국, 중국, 일본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문화유산입니다. 이 지전은 각 문화권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영혼을 위로하는 핵심적인 매개체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다층적 의미: 지전은 단순히 장례용품을 넘어 다층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신을 맞이하거나 굿을 진행하는 데 쓰이는 **무구(巫具)**이자,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불구(佛具)**이며, 장례 과정에서 망자를 인도하는 **장구(葬具)**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는 출빈(出殯) 행렬의 상여(喪輿)나 깃발에 지전설경을 매달아 망자의 길을 밝히는 중요한 풍속으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무교와 유교의 복합: 한국의 전통 장례식은 유교적 의례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여를 꾸미고 망자를 인도하는 핵심적인 과정들은 무교(巫敎)의 관습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상꽃, 어사화, 지전설경, 용, 동자 등 상여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무구(巫具)라는 점은 한국 장례 문화가 무교와 유교가 결합된 복합적인 문화유산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진도 세습무의 상징, '지전설경'
대한민국 전역의 상여가 무구 위주로 구성되지만, 지역별로 상징 무구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진도 지방의 상여가 다른 지역의 청사초롱형 사방설경과 달리 지전설경과 조상꽃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진도 지역이 한국의 대표적인 **세습무(世襲巫)**의 본거지이기 때문입니다.

진도 세습무에게 지전설경은 단순히 상여를 장식하는 도구가 아니라, 망자의 영혼을 씻어 극락으로 보내는 '진도씻김굿'의 핵심적인 무구입니다. 지전을 흔들며 혼을 부르고 달래는 감응춤은 영혼과의 소통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행위로, 진도 세습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특별한 문화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전설경은 무구이면서 동시에 망자를 위로하는 장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매우 특이한 문화적 가치를 지닙니다.

역사적 화합의 현장: 故 김영준 대법사 무무재
2025년 칠월칠석날, 북두의 별이 되신 김영준 대법사님의 5일장 중 거행된 '무무재'는 이 모든 문화적 맥락이 응축된 역사적 현장이었습니다.

진도씻김굿 보존회의 장단에 맞춰 양지무 선생님(세습무)이 지전설경을 흔들며 감응춤을 추는 순간, 상주석에 함께 자리했던 강신무의 상징이자 신이 강림하는 통로인 **신장대(神將臺)**가 마치 살아있는 듯 스스로 움직이며 반응하는 경이로운 현상이 포착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무구의 우연한 움직임이 아니었습니다. 지전춤을 통해 고인의 영혼을 위로하는 세습무의 정성 어린 의례에, 신성한 기운을 상징하는 강신무의 신장대가 응답하고 공명한 초월적 교감이었습니다. 이는 '강신무'와 '세습무'라는 한국 무속의 두 거대한 흐름이 수백 년의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서로의 신성을 존중하며 소통하는 역사적인 화합을 이룬 순간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한국 무속이 미신이 아닌, 고유한 의례와 예술성을 지닌 살아있는 문화유산임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자료입니다. 故 김영준 대법사님의 삶과 죽음은 한국 무속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며, 이처럼 깊은 의미를 담은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에 전하는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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