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킹은 ‘빙산의 일각’…“나라가 털렸다” [뉴스in뉴스] / KBS 2025.09.16.

KT 소액결제 피해 사건의 전모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이 처음인지, 의문이 드는 사건인데요. 최근 통신사 뿐 아니라 정부까지 해커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 기자, 지난주부터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간략하게 KT 소액결제 사건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KT나 KT 망을 쓰는 알뜰폰 사용자들의 이름과 번호를 도용해서 누군가가 소액결제를 한 사건입니다.

피해금액은 경찰 집계 기준으로 1억 2천만 원이 넘고요.

피해자도 어제까지 199명입니다.

KT가 자체 집계한 건 278건에 1억 7천여만 원으로 오히려 더 많은데요.

그 가운데 경찰에 신고된 건이 199건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머지는 피해자 본인이 아직 모르고 있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거라서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앵커]

누군가가 내 폰으로 소액결제를 했다는 건데, 수법이 나왔나요?

[기자]

지금까지 드러난 건 초소형 기지국을 이용했다는 정도죠.

원래 기지국은 옥상이나 전봇대에 설치하는 커다란 장치입니다.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쓰려면 반드시 필요한 건데요.

통신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손바닥 크기만한 초소형 기지국을 쓰기도 합니다.

이걸 펨토셀이라고 하는데요.

해커는 KT가 설치한 펨토셀을 해킹해서 여기 접속한 휴대전화의 가입자 정보를 탈취한 걸로 보입니다.

5천5백여 명의 정보가 털린 걸로 보고됐습니다.

[앵커]

가입자 정보만으로 결제가 가능한가요?

[기자]

훨씬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름과 주민번호도 있어야 하고 ARS인증도 받아야 하는데요.

나머지 정보는 해커가 어떻게 입수했을지, KT내부에 조력자가 있는지 미궁 속에 있습니다.

범인을 잡아야 알 수 있을텐데 소식이 없습니다.

게다가, KT는 가입자 정보가 탈취당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죠.

그동안 다른 해킹은 없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꼭 소액결제가 아니라도 도청을 위해서 펨토셀이 이용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펨토셀 장비가 도입된지 12년이 지났는데요.

무려 15만 대 이상이 유통됐고 일부는 개당 만 원에 중고 장터에 팔렸습니다.

특히 600대 이상은 군부대에 납품됐는데 이게 털렸다면 군사 보안도 문제가 될겁니다.

[앵커]

얼마전에 SKT 유심 정보가 해킹돼 2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불안에 떨었는데요.

통신사들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건가요?

[기자]

LG유플러스 외주 보안업체도 서버 관리용 계정 권한관리시스템 소스코드 유출을 신고했는데요.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일이 다 되기 때문에 통신사가 1순위 표적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달에 공개된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해킹이 통신사 해킹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정부의 어디가 털린거죠?

[기자]

외교부 이메일 플랫폼의 소스코드, 즉 설계도가 유출됐습니다.

집 설계도가 털린건데 집 안으로 들어간 건지 걱정이 되는 대목입니다.

또 행안부가 관리하는 온나라 라는 정부 내부망도 해커가 침입했습니다.

이건 정부 바깥의 사람이 접속조차 할 수 없는 싸이트인데요.

보안이 뚫려서 해커가 로그인을 한 것입니다.

통일부와 해수부의 내부망이 뚫린 걸로 보입니다.

[앵커]

누가 우리 정부를 털었을까요?

[기자]

해킹 사실이 드러난 건, 화이트 해커, 즉 우리편 해카가 우리 정부를 해킹한 해커의 컴퓨터를 털어서 알아낸 것인데요.

프랙이라는 해외 해킹잡지에 보고서로 나왔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북한 해커 김수키를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 쪽 해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왜 이렇게 우리 정부의 망이 취약한 것입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납품된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과정을 살펴보라고 지적합니다.

자체 개발을 하는게 아니라 외주를 주는 만큼 보안 관리가 철저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이번처럼 소스코드가 털린 경우에는 아예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하는 편이 낫다고 하는데요.

또, SKT같은 경우는 천억 원 넘는 과징금을 내야 할 정도로 민간 회사는 책임 추궁을 받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보안이 털리면 어떻게 책임지는지 불명확해 보입니다.

책임을 묻는 제도가 없으니 경각심이 없는 게 아닐까요?

코로나 시기 이후로 공무원들이 원격 접속해서 정부 내부망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킹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자]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또 한 번 번거로운 인증만 강요하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복잡한 인증제도가 있고 때로는 인증이 해킹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정부도 보안이 뚫릴때 책임져야 하고 인증 기관의 수준도 높여야 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박대기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신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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