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하지 않았다면?

더 흥미로운 가정은, 중국과의 관계 변화입니다. 평양은 장수왕 이후 당나라와의 접촉에 있어 군사적 전초기지 역할도 했는데, 이게 사라졌다면 나당전쟁의 양상도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고구려는 중국과 맞붙기보다는 북방 민족들과의 연대나, 북위·유연·돌궐과의 외교에 더 집중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국내성을 유지한 고구려는 ‘남하하는 제국’이 아닌, 북방 대륙을 호령하는 정복국가의 길을 더욱 견고히 걸었을 수 있습니다. 신라와 백제의 삼국 경쟁은 보다 장기화되고, 한반도 남부의 역사도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한 다극 체제로 전개되었겠죠.

만약의 역사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동북아의 정치지형, 남북한의 정체성, 심지어 중국과의 외교적 구도까지… 이 모든 것의 뿌리는 고구려의 한 번의 '천도'라는 선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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