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쁨은 그렇게 - 최씨네 아들들 (리차드권 사/곡)

“모든 기쁨은 그렇게” 가사

1.
봄이 그렇게 쉽게 오면 무슨 재미
잎보다 꽃 먼저 피는 산수유 따라
성급하게 재 넘어 오다가
고갯마루 그루터기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를 때

저만치 보이는 마을 아직은 아득하고
마음 혼자 달려간 집 사립문도 닫혀
돌아갈까 망설이다 떠나온 길 너무 멀어
굽이굽이 내리막길 터벅터벅 걷는데

산등성이 찬바람 골짜기를 훑으며 내려와
풀어헤친 옷섶을 다시 여미고
길모퉁이 여태 날카로운 고드름 곁을 지나
조금씩 천천히 오는 것이지

1.2.3.
인생이 편하기만 하면 무슨 의미
짧은 웃음 뒤에 몰아치는 울음이
서산 노을 핏빛으로 길게 걸려도
기어이 밤은 지나고 새벽 오듯이

사랑이 기쁘기만 하면 무슨 행복
생채기 가득한 시린 고통 지나고
풋풋한 그리움이 서러움으로 익은 뒤에야
비로소 사무치도록 보고 싶어지는 것이지

시가 그냥 써진다면 무슨 가치
숱한 불면의 밤들이 절절하게 맺혀
베갯잇 축축이 적신 눈물 낙숫물이 된 후에야
처마 끝 영롱한 물방울 하나로 달리는 것이지

모든 기쁨은 그렇게
슬픔의 심로를 건너 영글며 깊어지며
어렵게 오는 것이지
힘들게 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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