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 파격적 ‘록 음악’…관객들 표정은? [클로즈업 북한] / KBS 2025.08.30.
Автор: KBS News
Загружено: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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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선 주요 국가 행사마다 음악공연이 빠지지 않습니다. 올해 광복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북한인가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록 가수가 초청됐는데. 강렬한 전자 사운드에 맞춰 격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뜨겁게 호응했습니다. 북한에선 음악 공연이 하나의 정치적 교육, 선전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서구적 무대 연출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모란봉 악단부터 평양에서 열렸던 전국 노래자랑까지, 북한 음악공연의 흐름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전주가 흐르자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오고 무대 위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러시아 가요 '나의 러시아' : "밤은 깊어도 내 잠들 수가 없구나."]
찢어진 블랙진, 청바지에 가죽점퍼 러시아 록 가수, 샤먼입니다.
강렬한 첫인상과 달리 잔잔한 록 발라드로 시작된 공연.
관객들도 조용히 그의 무대를 지켜보는데요.
그러나 이 고요함도 잠시뿐.
곧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고맙습니다!"]
강렬한 드럼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러시아 국기와 인공기를 양손에 든 샤먼이 관객석으로 내려와 공연장의 열기를 끌어올리는데요.
무대로 돌아와서도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며 공연을 더욱 뜨겁게 달굽니다.
북한 주민들도 조금씩 공연 분위기에 젖어드는 모습.
이어진 고음 샤우팅에 공연장의 분위기는 단숨에 압도됩니다.
샤먼이 친푸틴 성향의 러시아 록 가수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공연은 서구의 팝스타를 연상케 하는 무대 연출과 퍼포먼스로 채워졌는데요.
전자기타의 날카로운 음색, 묵직하게 깔리는 베이스의 리듬, 마지막으로 몰아치는 드럼까지.
그런데 진짜 주목할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북한 관객들의 반응인데요.
샤먼의 무대에 밝게 웃으며 환호하는 사람들.
무대 아래로 내려온 그를 보기 위해 시선도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거기다 샤먼이 내민 손을 잡거나 손바닥을 마주치기 위해 손을 뻗는 관객들의 모습과 이를 북한 매체가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점 역시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해석됩니다.
[한서희/전 북한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 : "우리 무대에선 돌발적인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서약을 받고 무대에 서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번에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가수가 청바지를 입고 공연을 하면서 주민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호응하는 모습, 북한 주민들도 함께 호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이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 남북관계가 화해 분위기였던 2018년 남측 예술단의 방북 공연 당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지금 샤먼의 공연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당시 인기 아이돌 그룹이 무대에 올랐지만, 북한 관객들은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과 딱딱한 자세로 공연을 지켜보는 데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 시점에 록가수 샤먼의 공연을 허용했고 주민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한 걸까요?
여기엔 이번 공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입니다.
먼저 새롭고 파격적인 공연 형식을 통해 북러 관계의 돈독함을 과시했다는 평가인데요.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지금 북러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돈독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파병 대가로 북한 당국은 군사,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정치적 메시지가 공연에 반영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샤먼이 선택한 곡의 내용 역시 애국주의,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채워져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형식은 록 버전이었지만 내용은 애국주의의 전형적인 산물이란 거죠. 즉 한국 문화가 지금 북한 내부에 유입이 되고 새 세대들이 한국의 노래를 접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외형적인 부분에 국가주의, 애국주의 이런 내용들을 녹여서 형식을 변화시킨다면 북한 당국이 의도하는 정치 선전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줄곧 음악과 공연을 체제 선전의 실험 도구로 삼아왔습니다.
초기에는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을 전면에 내세웠고, 무대 연출도 갈수록 진화했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대형 스크린을 활용해 야간 공연을 펼치기 시작한 겁니다.
최근에는 건설 준공식장까지 무대를 넓히고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장면도 등장했는데요.
하지만 음악을 통한 정치사상 주입이라는 본질만큼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을 찬양하고 국가에 충성을 요구하는 내용이 여전히 공연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춘들아 받들자 우리 당을'/북한 가요 : "충성으로 받들어가자 어버이 우리 당을."]
[한서희/전 북한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 : "북한이 공식 공연을 준비할 때는 모든 것이 체제 선전 우선으로 공연이 조직되기 때문에 사전에 공연 곡목이라든가 출연자 선발, 모든 연출까지도 중앙당 선전선동부에서 다 검열이 내려오고 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무대에 오른 공연도 관람하는 관객들이 그냥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그들이 공연을 바라보는 그 마음가짐이라든가 체제 선전에 대한 것을 철저히 교육을 받고 나오기 때문에 박수 하나를 치는 것도 다 철저히 계산된, 관객들도 어쩌면 공연의 참가자로 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러시아 가수 샤먼 공연에서 보여진 호응 역시 사전에 기획된 연출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출 여부와 상관없이 그 순간 주민들이 자연스레 경험하고 느낀 감정만큼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입니다.
[한서희/전 북한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 : "공연자가 내려와서 손도 잡아주고 이렇게 함께 호응도 할 수 있구나. 그때 그 북한 주민들의 감정은 러시아 노래 가사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예술이라는 감정 속에서 함께 호응하고 그런 감동을 하는 건 아마 잊지 못할 거 같아요."]
그러면서 과거 남한 가수들의 방북 공연 중 자연스러운 호응이 나왔던 사례를 전했는데요.
2001년과 2002년, 우리나라 가수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김연자 씨의 무대를 꼽았습니다.
["저는 4시간 걸려서 겨우 이 얼굴인데 어머님은 화장 하나도 안 하셨죠? 그런데도 참 얼굴이 예쁘세요."]
[한서희/전 북한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 : "김연자 씨 공연 같은 경우에는 저도 예술단 배우로 활동하면서 관객석에서도 관람하고 무대 뒤에서도 관람했었는데 김연자 씨가 불렀던 노래 중에는 민족성을 강조하는 노래도 많았고 '독도 아리랑' 이런 것도 있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함께 호응할 수 있는 그런 가사와 곡목이 있어서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됐었던 거 같습니다."]
2003년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열린 KBS의 '평양 노래자랑' 역시 우리 진행자 송해 선생의 재치 있는 입담에 북한 주민들의 웃음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선생님도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금년도 어떻게 되는지요? (마흔여섯인데 또 뭘 물어보십니까.) 내가 한 살 더 많으니까 형님이구만요. (아이, 한 살이 뭡니까. 마흔여섯하고 일흔일곱인데. 아이고, 형님 인사 받으십시오.)"]
사상 교육이라는 정치적 목적은 분명하지만 새로운 형식의 공연과 개방적인 무대가 이어질수록 북한 주민들이 감정을 자유롭게 느끼고 표출하는 게 더 많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샤먼 역시 최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북한 관객들이 자신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 했지만 곧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며 자신이 북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들에게 '자유의 정신'을 선사했다고 말했습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록 음악이란 것 그리고 가수와 관객들이 접촉한다는 건 굉장히 자유와 개성을 표현하는 건데 음악 정치라는 것을 통해서 사상을 통제하려고 하는 북한 당국의 의도와 개인의 자유를 표출하고자 하는 북한 주민 간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북한 당국의 위협적인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악 공연조차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며 철저히 검열하는 북한.
그러나 공연장에서 음악과 함께 호흡하며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감정과 반응까지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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