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空間)... 그곳에 가고 싶다] ⑮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Автор: 부산일보
Загружено: 2013-06-25
Просмотров: 3215
나뭇잎이 짙푸르다 못해 쪽빛으로 변해 가는 여름이 오면, '젓가락 행진곡'처럼 흥겨운 가락을 휘휘 휘파람으로 불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경우, 탁 트인 바다든, 바람 부는 산이든 대개 목적지가 '자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건축물과 예술, 자연이 어우러져 참 평화롭고 기막힌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 있다면?
2006년에 문을 연 경남 김해시 진례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분명 그 후보 자격이 되는 곳이다. 건축과 도자를 결합한 미술관으로 익히 알려진 곳이지만, 예술적 조형성과 그 뒷이야기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돔하우스 외벽·20m 타워
도예가 신상호 작품으로 감싸
국내외 도예가들이 사랑하는
이색적이고 그림 같은 풍경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 등장
이곳을 주목하는 이유는, 김해시가 발주한 이른바 '관급 공사'인데도 놀라울 정도로 예술적인 공간을 간직하고 있어서다. 또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으로 국외에 더 널리 알려져 있고, 국내외 도예가들이 세라믹창작센터에 머물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토목공사나 다름없는 국내 지자체의 건축 관행을 감안하면, 해외 유수 미술관처럼 건축물 자체로 사람을 마구 끌어들이는 명품 예술공간이길 바라는 건 욕심에 불과한 것이다. 심지어는 그 흔한 아무개 센터처럼 미술관의 설계와 시공을 묶어 턴키방식으로 발주해 버리는 상황이니 말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역시 비슷한 처지였으니, 분명 숨겨 놓은 이유가 있을 법했다.
지난 21일 오후, 고즈넉한 초여름 전원 풍경 속에 앉은 미술관. 입구에 들어선 순간, '오호~' 역시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수도 없는 너른 직사각형 돌덩이들이 온 바닥에 줄지어 도열하고, 틈마다 녹색 잔디가 고개를 내밀고 공생하고 있다. 주전시관 '돔하우스'(3천834㎡) 옆으로 길게 이어진 산책길 뒤로는 20m 높이의 클레이아크타워가 금빛 머리를 빛내며 솟았다. 왼쪽 사무동 건물 앞에 줄지어 선 깜찍한 가로등들(신이철의 도자 작품 'Mutamon')은 현대감을 주는 포인트다. 그저 풍경만 바라보며 미술관 밖을 이리저리 거닐고 싶다.
자세히 보면, 그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돔하우스 외벽과 타워를 감싼 화려하고 작은 타일들(48×48㎝)이다. 유명한 현대도예가이자 초대 관장을 지낸 신상호(65)의 'Fired Painting(구운 그림)'으로, 미술관 1호 소장품이다. 한국 전통의 색동과 원시미술의 색감과 선을 모티브로 수작업으로 만든 5천 개가 넘는 타일들을 1천250도의 고온에서 네댓 번 구워 내 색이 변하지 않는다. 언제든 바꿔 낄 수 있는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알려져 있다.
"아름답고 이색적인 풍경이라 영화 '인사동 스캔들'을 여기서 촬영했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최정은(43) 관장이 슬쩍 자랑한다.
놀랍게도, 미술관의 콘셉트와 당초 모습은 이렇지 않았단다. 원래 계획은 바닥 전체를 보도블록으로 덮는 것이었는데, 중국의 성곽에서 나온 고풍스러운 돌을 수입해 깔았단다. 돔하우스 천장도 뚫려 있던 것을 덮고 외벽도 현재의 도자타일 작품으로 덮기로 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탑도 뒤늦게 계획돼 세워진 것이다.
"어느 날 김해시장이란 분이 직접 찾아왔어요. 미술관의 방향을 바로잡아 달라는 거예요. 계획을 보니 특색 없는 그저 그런 곳이었지요. 무조건 새롭고 특별해야 했습니다. 제가 건축도자라는 미술관의 방향을 세우고, 바닥이며 모든 것을 손을 보았습니다. 세계 최초니 세계 학회를 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신 작가의 말인데, 그의 손길이 닿지 않았더라면 대체 김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몇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초기에 작은 건물들에 건축도자 주제별로 콘텐츠를 채우는 것으로 계획되었던 '큐빅하우스'도 현재는 전혀 다른 콘셉트인 대형 건물로 세워져 있다.
또 미술관 꼭대기 어디서든 보이는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스포츠단지 개발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도로가 뚫리고 골프장이 들어선, 미술관 옆 인위적인 공간을 후손들이 기뻐하고 예찬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박세익 기자 [email protected]
영상제작=김병주·박재상 대학생인턴
Доступные форматы для скачивания:
Скачать видео mp4
-
Информация по загрузк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