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스페이스공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사과

EBS 스페이스 공감,EBS Space
1153회 - 찰랑이는 썬파워를 당신에게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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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이는 썬파워를 당신에게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몸이 기억하는 비트, 가슴에 남는 농담
2007년 「우리는 깨끗하다」를 데뷔작으로 내세우며, 깨끗하지 않다는 선언보다 더 의뭉스럽게 다가온 그들. 조웅(기타/보컬)과 임병학(베이스) 듀오로 결성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다. 80-90년대의 댄서블한 비트 위에 얹은 일렉 기타와 베이스의 맛깔스러운 터치는 오래된 성냥갑에서 날 법한 독특한 향취를 풍겼고, 느릿느릿 흘러가는 엇박자는 춤보다 몸짓을 유발하기에 더 적당했다. 전자음악이긴 한데 골동품의 손때가 묻은 기묘한 조합이었다. 2집 「우정모텔」(2011)에서는 더욱 더 농염해진 그루브를 장착하고 덥스텝, 로큰롤, 블루스, 댄스 등의 다채로운 사운드를 오갔다. 한 번 귀에 꽂히면 몸이 기억하는 원초적인 비트와 가슴에 묵직하게 남는 농담 같은 말들. 그렇게 우리는 알 수 없는 흐느적거림으로 ‘구남’의 음악에 발을 디뎠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썬파워를 당신에게
‘구남’의 음악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것들로 이뤄진다. 관능적인 비트에 담긴 이야기는 저 먼 우주에 대한 사유가 아닌, 당장 내 살갗에 닿는 느낌을 전한다. 그래서 몸으로 겪는 일들은 음악을 하는 데 중요한 원료가 된다. 최근 발표한 3집 「썬파워」도 예외는 아니다. 2집 이후 4년간 일본,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꽤 활발한 해외 활동을 한 것이 중요한 바탕이 됐다. 다양한 장소, 많은 사람들, 별의별 음식, 미묘하게 다른 공기. 그중에서도 동네마다의 태양은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을 선사했다. 어디에 있든 어김없이 떠오르는 태양, 그것은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에 날마다 새로운 색채를 입히고 상쾌한 공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게 했다. 두말할 것 없이 ‘썬파워’ 덕분이었다. 햇살 아래 맘껏 뛰어놀 준비가 된 것처럼 이들의 새 음악은 조금 더 밝고 가뿐해졌다. 특히 2집 때부터 라이브를 함께 한 김나언(건반), 박태식(드럼)이 처음으로 녹음 단계부터 참여하면서 더욱 선명하고 다채로운 사운드를 완성했다. 온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의 색감처럼 컬러풀한 톤과 경쾌한 기운을 가졌다.
살갗을 파고드는 뜨거움,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 눈을 뜰 수 없는 뙤약볕. 태양을 마주하는 본능은 ‘구남’의 음악과 꽤 닮았다.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색채와 빛,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무한함이 그러하다. 그들의 나른한 비트 위에 마음껏 널브러질 절호의 시즌,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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