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9|브람스를 아십니까9|브람스

File:Liszt- sonata In B Minor
소개글 (곡 설명 + 역사적 맥락)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S.178》는 그가 남긴 유일한 피아노 소나타이자, 19세기 피아노 음악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꾼 작품입니다.
1852~53년에 작곡된 이 곡은 전통적인 다악장 구조를 하나의 거대한 단일 악장 안에 응축시킨 혁신적인 형식으로,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음악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소나타는 단순한 기교 과시가 아니라, 주제의 변형과 재구성을 통해 극적인 서사를 만들어 가는 작품으로, 리스트가 추구한 ‘교향적 사고를 지닌 피아노 음악’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리스트는 이 곡을 자신의 음악을 이해해 준 로베르트 슈만에게 헌정했으며,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음악 언어를 세상에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젊은 요하네스 브람스와 요제프 요아힘이 리스트를 직접 찾아갔을 때, 리스트가 직접 연주해 들려준 곡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 만남과 그날의 연주는 훗날까지 음악사에 회자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2. 에피소드 (브람스 · 요아힘 · 리스트)

1853년, 유럽의 젊은 음악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름만으로도 숨이 막히던 존재가 있었다.
바로 프란츠 리스트였다.

요아네스 브람스와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 역시 그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아직 무명에 가까웠던 브람스와, 이미 명성을 쌓아가고 있던 요아힘은 결국 리스트를 직접 만나기 위해 바이마르로 향한다. 유럽의 수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그러했듯, “리스트를 만난다”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리스트는 두 사람을 매우 반갑게 맞이했다.
특히 젊은 재능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막 완성한 대작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주었다.
그 곡이 바로 **《피아노 소나타 B단조》**였다.

리스트의 연주는 압도적이었다.
단일 악장 안에서 쉼 없이 전개되는 음악, 극적인 전환, 폭발적인 에너지.
요아힘은 강한 인상을 받았고, 리스트 역시 피아니스트인 브람스의 반응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주가 끝난 뒤, 브람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칭찬도, 감탄도, 평도 없었다.
이 침묵은 리스트에게 작지 않은 실망으로 남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젊은 피아니스트 브람스가 리스트의 소나타 연주 도중 졸았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여지며, 이 만남은 음악사에서 유명한 후문으로 남게 된다.

훗날 요아힘은 브람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리스트님을 찾아갔을 때 얼마나 반가워하셨는지 기억하나? 그때 직접 작곡하신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주셨잖아.
그런데 자네는 왜 그 곡을 칭찬하지 않았지? 우리는 바이올리니스트지만, 자네는 피아니스트 아닌가. 자네의 한마디를 특히 듣고 싶어 하셨을 텐데 말이야. 우리가 떠난 뒤 몹시 서운해하셨다는 이야기가 있네.”

이에 브람스는 웃으며 대답했다고 전해진다.
“그땐 여행의 피로가 너무 쌓여서 그럴 여유가 없었을 뿐이었네.”

이 짧은 만남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이후 리스트–브람스 진영 간의 미학적 거리, 즉 신독일악파와 절대음악의 대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 한 곡, 《피아노 소나타 B단조》가 놓여 있다.

음원설명
Music: Franz Liszt – Piano Sonata in B Minor, S.178
Performed by Jorge Bolet (1960)
Public domain audio (phonographic record) via Wikimedia Commons
Source: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