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있다!”…종전안 놓고 젤렌스키 ‘사면초가’ [월드 이슈] / KBS 2025.11.27.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종전안을 내놓으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치적 생명을 건 기로에 섰는데요. 월드 이슈에서 이랑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미국 주도하에 우크라이나 종전 계획이 진행 중이잖아요? 먼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반응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안을 받아 들고 나서 현지 시각 지난 21일이었죠.

키이우의 한 거리를 찾았습니다.

2022년 2월 25일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바로 다음 날, "우크라이나를 수호하겠다"면서 전 세계와 국민을 향해 다짐을 밝혔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와는 다른 메시지를 내놓았는데요.

그곳을 다시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순간에 직면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현재 우크라이나에 가해진 압박은 가장 심각한 수준 중 하나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존엄성을 잃거나 핵심 동맹을 잃게 될 위험이라는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습니다."]

트럼프의 종전안을 받아들여 국가의 존엄성을 잃거나 거부해서 미국이란 동맹을 잃게 될 기로에 서 있단 건데, 어느 쪽도 선택이 쉽진 않단 거죠.

또 딱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단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압박이 심하단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앵커]

종전안이 국가의 존엄성을 해칠 정도라면서, 왜 거부하진 않는 거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안'을 오죽하면 우크라이나와 유럽에선 '러시아의 요구를 반영한 사실상 항복'이라고까지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안을 놓고 협상하겠다고 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논의할 민감한 사항이 있고, 우리는 여전히 그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는지,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는데요.

현재 젤렌스키 정권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심각한 부패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핵심은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 사건인데요.

고위 간부들이 하청업체로부터 무려 1억 달러, 우리 돈 약 1,400억 원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입니다.

충격적인 건 이 돈이 젤렌스키의 최측근 민디치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건데, 민디치는 젤렌스키가 코미디언이던 시절 미디어 제작사를 함께 만든 30년 지기이자 공동 소유주입니다.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민디치는 해외로 도주했는데요.

현재 에너지부 장관부터 대통령실장 등의 연루설이 돌면서 젤렌스키 정권을 향한 전방위적 압박이 거셉니다.

이 와중에 트럼프의 종전안이 나오면서 여론의 관심이 '종전이냐, 항복이냐'에 쏠리면서 한숨 돌리게 됐고,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항복에 가까운 종전안을 수용하는 것이 정치적 위기이자, 동시에 부패 이슈를 덮을 수 있는 정치적 탈출구가 된 셈입니다.

[앵커]

어쩌면, 젤렌스키가 가장 정치적으로 취약한 틈을 노려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안을 던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젤렌스키의 힘이 빠진 시점을 골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젤렌스키는 종전 협상에 비협조적이었는데요.

마침, 최측근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 속 수세에 몰리자, 거부하기 힘든 이 타이밍에 미국이 카드를 내밀었단 얘긴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그동안 마감 시한이 많았지만, 일이 잘 풀리면 시한을 연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목요일(27일)은, 적절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이미 현지 시각 27일까지 시한을 정해놓았고 종전이 될 것이다, 장담하고 있는데요.

이번 종전안의 핵심은 '우크라이나 영토와 안전 보장을 맞교환' 하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종전안이 '러시아의 위시리스트', '굴욕적인 평화' 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존엄이냐 아니면 동맹 상실이냐"라는 프레임을 짜면서, 이 협상을 수용하는 건 내 의지가 아니라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겁니다.

[앵커]

종전이 실현된다고 해도, 젤렌스키 정권의 운명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데요?

[기자]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종전안을 받아들여도, 거부해도 위기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일단은 종전안에 우크라이나 측 요구를 넣어달라고 주장해서 일부 반영됐습니다.

전후 우크라이나군 규모를 60만 명에서 80만 명으로 변경하는 등 일부 사항을 조정하기로 한 건데요.

하지만 종전안에 '협정 서명 100일 후에 우크라이나 총선을 실시한다'는 항목이 못 박혀 있다는 설이 돌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 푸틴은 물론이고 미국의 트럼프조차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의 파트너 교체를 원하고 있단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총선 규정이 사실이라면, 종전 뒤 우크라이나는 선거를 치러야 하고, 젤렌스키는 자리에서 내려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종전안을 놓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김주은 박혜민/자료조사:권애림/자료출처:kyiv indepen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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