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을 읽는 맛
Автор: 달팽이 뜨락
Загружено: 21 апр. 2025 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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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을 읽는 맛
마을 책방의 조붓한 서가 사이 쪼그리고 앉아
산골생활의 한담(閑談)을 엿듣고
봄햇살 빗겨드는 창가에 걸터앉아
섬진강 기행 산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갑니다.
한담의 갈피에는
이슥한 밤, 골짜기 따라 봄물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섬진의 산문에는
쌍계 십리의 벚꽃향이 아슴푸레하게 퍼지고
평사낙안 강물에 붉은 노을이 스미어 있습니다.
이따금 서점에 들러 호기롭게 비싼 책도 사지만
주로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헌책을 구해 읽습니다.
종이책을 찾지 않게 되면서 문닫는 서점이 늘고
헌책방은 더 빨리 사라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낯설고 편하지 않습니다.
헌책을 가까이하면
통신사의 성가신 도움 없이 값싸고 편안하게
다양한 경험을 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 손길 탄 헌책을 펼치고
엄지와 검지로 살며시 쥐어 책장을 넘깁니다.
뻣뻣하지 않은 종이의 부드러움이 좋고
접혀 있는 책장 모서리와 갈피마다 남아 있는 손때가 정겹습니다.
이따금 헌책에서 낙서와 메모를 발견합니다.
낙서에는 세상의 한탄과 녹녹지 않은 삶의 푸념이 서려 있고
메모에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진지함과 공감이 있습니다.
헌책에는 부드러운 종이의 감촉이 있고
먼저 읽은, 이름 모를 사람과 교감하는 맛이 있습니다.
종이에 연필과 만년필로 그리는 것이 낯선 세대,
자신의 손과 뇌가서서히 퇴화하고 있는 것조차 모르는 세대,
나는 그들이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손으로 그리는 기쁨을 알아채기를 바란다.
정기용의 《기억의 풍경》 중에서
펑사리 노을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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