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듣기좋은 동양풍의 서정적인 음악들

제가 평소에 좋아했던

좋아했었지만 잊고 있었던 곡들을

모아봤습니다. 즐감하세요 :-)


00:00 신승훈 - Prologue(East side story)
02:00 광해 OST -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습니다.
04:08 Sentimental scenery - Soundscape (예전에 정말좋아했던 곡!)
08:25 김동률 - 윤회
12:16 Suburban - 별똥별 떨어지는 밤에(ほしふるよるに)
16:18 왕의남자OST - 먼길
17:49 Jia Peng Fang - Moonlight (이 곡에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Moonlight 곡의 배경]

여러분은 지아펭팡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계시는지요.

중국 연주자. 해금 같은 악기. 동양적인 느낌의 아티스트.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 이 정도로만 알고 계실듯 하네요.

지아펭팡이라는 분을 제가 처음 만난 것은, 일본의 나가노 선 프라자에서의

공연이었습니다. 그 당시 동호회였던 론뮤직은 국내의 대표적인 모 기업들과

이 지아펭팡이라는 뮤지션의 라이센스 런칭을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었지요.

론뮤직을 동호회 시절부터 아셨던 분이라면 제가 얼마나 황당했었는지

알고 계실테지만, 제가 그 당시 지아펭팡에게 보여준 것은 오픈 티켓이었습니다.

보통 항공권은 귀국 시일이 정해진 티켓이 대부분인데,

저는 지아펭팡에게 오픈 티켓을 보여주며,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고, 결국 지아펭팡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었죠.

그리고 차츰 알아가게 된 지아펭팡이라는 분은. 제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고난을 겪어오신 분이었습니다.


혹시. 중국의 문화 혁명기를 아시는지요?

공산주의인 중국의 공산당 마저도 [극좌적 오류]라고 인정했던

시기입니다. 이주가 금지되고 악기 연주에 대한 차별이 있었던 시기죠.

쉽게 말해서, 공산당 간부의 자제가 아니면 얼후를 연주할 수 없고,

음악을 배우기 위해 이주를 하는 일 역시 불법으로 규정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지아펭팡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아펭팡은 얼후를 배울 수 없었고, 얼후를 배우기 위해

이주를 하는 것도 불법이었습니다. Tango of asia라는 곡은 이 시절

지아펭팡이 한반도의 거친 파도를 보면서 희망을 품었던 시절을 그린 곡이죠.

그래도 사람이 의지만 있다면 뭐든지 한다고...

지아펭팡은 결국 얼후를 손에 잡고 스승을 찾아 중국 전역을 떠돌게 됩니다.

그 후. 문화혁명의 수순대로 지아펭팡은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

즉, 배급제였던 식량배급에 대해 배급 중단이라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북한 보시면 배급제로 강냉이 죽을 나눠주지요. 바로 그 강냉이 죽마저 못 먹게 된겁니다.

그러나 나쁜일은 함께 찾아온다고...

이주가 금지된 상황에서 얼후를 배우기 위해 이사를 했던 지아펭팡은.

결국 공산당에 의해 강제 노역이라는 징집 명령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았던 지아펭팡은 문화 혁명기가 끝나는 시기까지

자신의 손에서 얼후를 놓지 않았고, 결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과오를

극좌적 오류라고 인정하기에 이릅니다.

가난한 농부의 출신이었던 지아펭팡은 그 후 중국 문화부의 직속단체이자

중국 최고 권위의 중앙 민족 악단으로 발탁 되었고.

입단 후 얼후 부분 수석 연주자와 부수석 지휘자를 겸임.

수억분의 일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중국 전역을 발칵 뒤짚어 놓게 되죠.

그 후 지아펭팡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서 현재까지 많은 활동을 펼쳐오게 된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게 하나 생기죠.

강제 노역은 그렇다쳐도 어떻게 식량이 끊겼는데 생존할 수 있었느냐가 그것이겠네요.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 곡 Moonlight에 있습니다.

보통 달빛이라면, 드비쉬나 베토벤의 곡처럼 로맨틱한 곡들이 떠오르죠.

그런데 지아펭팡의 월광은 적요하고 슬프기가 그지 없습니다.

바로, 지아펭팡의 식량 배급 중단을 그 아버지가 대신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아펭팡이 강제 노역으로 끌려가셨을 때. 지아펭팡은 본인을 위해

희생하시다 결국 영양실조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죠.

지아펭팡의 월광이라는 곡은. 바로 그 아버지를 향한

애절하고 처절한 사부곡이 되겠습니다.

옛말에 어머님은 자식을 가슴으로 품고, 아버지는 자식을 마음으로 품는다고 합니다.

지아펭팡의 아버지는 한편으로는 지아펭팡의 음악 활동을 반대하셨다고 합니다.

자식의 고생을 눈뜨고 보실 수 없었을테지요.

그러면서도 가난한 농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뒷바라지를 자신의

목숨과 바꾸어 대신한 겁니다. 아버지로서 말입니다. 자식을 마음에 품은 아버지의 심정으로서.

언젠가. 지아펭팡이 일본의 NHK에서 인터뷰 한 말 중에 떠오르는 구절이 있네요.

'제 인생이 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아버지가 생각나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요'

사실 지아펭팡은 이 당시 일본 음악계로부터 중국인이라는 색안경 때문에

남모를 괄시를 받았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러나 이 방송을 본 마츠시타 요시오. 일본 음악계의 거목은 다음과 같이 지아펭팡을 평가하게 됩니다.


'일본의 청년들이여. 자신의 삶을 위한 삶만이 전부는 아니다'

'명예 퇴직을 숨기며 아침 밥상에서 자식을 향해 웃어야만 했던 아버지의 심정을 아는가'


이 후. 지아펭팡은 아시아의 윈댐힐이라 불리우는 퍼시픽 문에서 데뷔 음반을 내게 되었고

그 음반은 수십개국에 수출되었으며, 카네기 홀, UN 본회의장, 베네수엘라 등.

금세기 최고의 아티스트들만 오를 수 있다는 무대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곡에서 뜻하는 월광은 아버지의 사랑을 뜻합니다.


혹시 호숫가에 비친 달빛을 보신적이 있으신지요?

호수가의 달빛은 달이 뿜어내는 불빛을 다시금 세상에 내뿜습니다.

그러나 호숫가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달이 떠있지요.

마치, 자식을 바깥으로 품으면서도 마음만은 영원히 자신의

품속에 몰래 간직하는 아버지의 사랑처럼.

지아펭팡의 월광은 그러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

슬플 수 밖에 없고, 애절할 수 밖에 없지요.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던 죄책감, 자신을 대신해 희생하시게 되셨다는 자괴감.

혹자는, 이 트랙을 지아펭팡의 최악의 연주곡이라고 합니다.

왜냐구요. 지아펭팡의 연주는 그 칼날 같은 절제의 미학에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그 곡만을 위해 연주하는 모습.

이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기 떄문이거든요.

그러나 이 곡은 지아펭팡 본인이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마치 어린아이 처럼 우는 듯한 연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사실을 지휘자나, 엔지니어도 알았을 겁니다.

원반사인 회사도 사실을 알았죠. 그러나 이 음원은 그대로 출간되었습니다.

그 사람의 말못할 고통과, 참회의 눈물로 연주된 이 곡만큼은

지아펭팡 본인의 음원으로만 남겨두자는 취지였죠.

그러나 저는 지아펭팡의 곡 중에 최고를 뽑으라 한다면.

바로 이 곡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곁에 지금 아버지가 계신다면, 한번 쯤 이 곡을 들으면서

호수에 비춰진 달빛처럼, 자식을 마음으로만 품는 아버지의 뒷 모습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