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첩보전] 불법체류 프로그램, 괴담 작전(안나 채프먼 사건) -FBI-

괴담 작전은 FBI가 2000년대 들어 약 10년간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을 상대로 벌인 방첩작전이다.

작전은 미국에 장기간 암약해온 러시아의 고정스파이들을 감시하고 검거하는 것으로, 후에 불법체류 프로그램(Illegals Program)으로 명명됐다.

FBI는 2010년 6월 27일 일제 검거를 실시해 미국 전역에서 10명을 체포했으며, 이후에도 추가로 2명을 더 체포했다.

특히 스파이 중에는 미모의 젊은 여성인 안나 채프먼이 포함돼 유명세를 떨쳤다.

다만 FBI의 함정에 빠져 체포된 채프먼이 미국에서 얼마나 양질의 스파이 활동을 했는지에는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그녀는 이 사건으로 영국 남성과의 결혼으로 취득한 영국 국적이 취소되고 불명예 추방을 걱정하는 등 고초를 겪지만 서방 미디어들이 '섹시한 여성스파이', '21세기 마타 하리'라며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도리어 세계적인 유명인 반열에 오른다.

이외에 이 작전으로 검거된 4쌍 즉, 8명이 부부라는 점도 화제가 됐는데, 이 가운데 미하일 바센코프와 비키 펠라에즈 부부는 1985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언론, 출판물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바센코프는 뉴욕 바루크 대학에서 한동안 겸임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또 안드레이 베즈루코프와 옐레나 바빌로바 부부는 기업 컨설팅 업체와 부동산 회사에서 각각 근무하며, 정재계 및 학계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 왔다.

블라디미르 구르예프와 리디야 구리예바 부부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 들어온 고정 스파이들이다.

이 중 '신시아 머피'로 활동한 구리예바는 콜롬비아 경영대학원을 나온 MBA 출신으로 금융계에서 일하며 힐러리 클린턴의 후원자였던 앨런 패트리코프에 접근하기도 했다.

이외에 미하일 쿠치크와 나탈리야 페레베르제바 부부는 2004년부터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스파이로써 활동은 대단히 미미했다.

20대 독신 남성인 미하일 세멘코 역시 일제 검거때 체포됐으나 쿠치크 부부처럼 스파이 활동은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 모두 FBI 심문과정에서 SVR에서 자금지원을 받고 첩보활동에 협력했다고 자백해 전원 기소된다.

스파이들은 주로 USB와 스테가노그래피 소프트웨어로 정보를 주고받았으며, 투명 잉크로 메시지를 작성해 인파가 많은 곳에서 지나가며 정보가 담긴 가방을 전달하는 고전적인 방법도 사용했다.

그렇지만 주요 기밀이 전달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돼 간첩죄 대신 '외국 대리인 등록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미국과 러시아가 벌인 스파이 교환협상에 따라 사건 발생 10여 일 만인 7월 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거쳐 모스크바로 귀환했다.

미국은 이들을 보내는 조건으로 서방을 돕다 러시아 감옥에 장기 복역하던 4명의 협력자를 데려온다.

2018년 영국 솔즈베리에서 독극물인 노비촉으로 보복테러를 당했던 전 GRU 장교 세르게이 스크리팔도 이때 교환된 이중스파이다.

불법체류 스파이들은 모스크바로 귀환한 직후 외부와 차단된 채 격리 상태로 SVR 본부에서 거짓말 탐지기 등이 동원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특별히 주목할 내용은 발표되지 않은 채 사건은 그대로 봉인된다.

사건 과정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안나 채프먼은 귀국과 함께 일약 국민적 스타로 각광 받았으며, 자극적 섹스어필을 곁들인 마케팅으로 상업적 성공에 더해, 21세기 최고 여성스파이의 지위를 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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