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호반길 야경

#걷기좋은길 #여행 #산책 #경주시 #보문호

천년고도 경주가 APEC 정상회의로 세계의 중심에 서는 이 순간, 대한민국 제1호 관광단지인 보문관광단지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50년 전, 관광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시작된 이곳은 이제 APEC이라는 세계적 행사를 품으며 새로운 5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구상 아래 조성된 보문단지는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출발점이었다. 보문호를 중심으로 숙박, 위락, 상업, 휴식 공간이 균형 있게 설계된 이곳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관광지였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계획에 따라 조성된 보문단지는 반세기가 지난 현재도 그 균형미와 기능성을 유지하며 여전히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보문호를 중심으로 타원형으로 배치된 숙박시설들은 전망과 접근성을 동시에 갖췄다. 힐튼호텔을 비롯한 5성급 호텔과 다양한 콘도, 리조트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품격 있는 휴식을 제공한다. 둘레길은 사계절 산책객을 맞이하며 봄이면 이십리 벚꽃길이 장관을 이룬다. 야간에는 조명이 벚꽃을 비추며 눈꽃세상을 연출해 찾는이들의 추억을 만들어낸다.

보문단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고급 숙박시설, 박대성 화백의 묵화로 채워진 공간은 한국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솔거미술관, 191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가요사를 시대별로 구성해 음악과 역사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한국대중음악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 동궁원과 워터파크 같은 가족형 콘텐츠가 어우러져 있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는 이십리 벚꽃길, 여름 물놀이, 가을 단풍, 겨울 야경까지 사계절을 품으며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보문 야경은 감성의 풍경이다. 밤이 되면 물너울교는 무지개빛으로 변신해 포토존으로 각광받고, 호반길에서 펼쳐진 조명은 수많은 별을 연출하고, 봄밤의 벚꽃길은 눈꽃세상을 펼쳐 연인들의 이야기를 무르익게 한다.

보문단지 인근의 명활산성은 신라 자비왕과 소지왕의 궁성으로 기능했던 역사적 장소다. 최근 복원된 둘레길과 선덕여왕길은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APEC 이후 세계인에게 신라의 숨결을 전하는 명소로 자리잡는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는 APEC 정상회의의 공식 개최지로, 보문단지를 국제회의도시로 격상시키는 중심축이다. 이번 APEC을 계기로 보문단지는 관광지를 넘어 글로벌 문화·비즈니스 허브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APEC 이후 HICO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호텔, 외국인 전용 문화체험 공간, 글로벌 브랜드 상점 등이 들어서며 MICE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다.

또 스마트 관광 인프라 구축한 AR/VR 체험존, AI 관광안내 시스템, 스마트 조명 등이 도입돼 디지털 관광도시로의 전환이 기대된다. 여기에 박물관과 미술관을 중심으로 거리 갤러리, 야외 공연장, 미디어아트 축제 등이 보문단지를 감성의 도시로 재탄생시킬 수 있으며, 보문호와 명활산성을 중심으로 생태탐방로, 자전거길, 전기 셔틀버스 등 지속적 관광 인프라를 펼칠 수 있다.

보문단지는 50년 전, 대한민국 관광의 씨앗이었다. 그리고 이제 APEC이라는 세계적 행사를 품으며 또 다른 50년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감각, 미래의 비전을 모두 품은 이곳은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형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