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5년 실제 육성 복원 이난영 - 「목포의 눈물」 | 상상공작소 Time Machine Series

온 국민이 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는 그 노래, 오늘 상상공작소에서 복원하고 편곡해서 들려드리는 곡은 한국 트로트, 블루스, 재즈의 문을 연 이난영 선생님의 목포의 눈물입니다.

1935년 1월28일 오케레코드는 신문에 한 광고를 실었습니다. 제목은 ‘제1회 향토노래 현상모집’이었는데요. 조선의 10대 도시 즉, 경성, 평양, 개성, 부산, 대구, 목포, 군산, 원산, 함흥, 청진을 소재로 한 노랫말을 공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000개가 넘는 응모작 중에서 1등은 목포 출신의 문일석이라는 시인의 작품이었습니다. 오케레코드의 이철 사장은 이 시에 「목포의 눈물」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작곡가 손목인 선생에게 작곡을 의뢰했습니다. 목포의 눈물의 멜로디는 새롭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고복수를 위해 미리 써둔 곡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하튼 우리가 아는 「목포의 눈물」은 이렇게 태어납니다.

좀 더 과거로 돌아가볼까요. 1916년, 전라남도 목포의 바닷가 마을. 파도소리가 자장가였고, 짭조름한 바람이 일상인 곳에서 이옥례(李玉禮)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다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세상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고 생계를 위해 어머니를 따라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어머니는 '창심관'이라는 극장을 운영하던 일본인 소유의 여관집에서 식모일을 했고 오빠인 이봉룡은 그 극장의 영사기 보조기사로, 또 어린 옥례는 그런 엄마를 도와 허드렛일을 해야 했지요. 평소 노래를 흥얼거리는 옥례의 모습을 지켜본 여관집 안주인은 극장의 막간 무대에 그녀를 세워 노래를 시켰습니다. 옥례는 좋아하는 노래를 할 수 있었고 여관입장에선 출연자 인건비를 줄이면서 시간을 채울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오래가지는 않았으니 극장에 화재가 발생해서 전소해버린 것이지요.

절망을 안고 다시 목포로 돌아온 옥례는 순회공연 차 목포를 찾은 '태양극단'을 따라 보따리를 싸서 집을 떠나게 됩니다. 전국을 떠돌며 노래를 했고 나름대로 인지도도 쌓여가고 있었지요. 태양극단의 단장 박승희는 난초처럼 가냘프고 그윽한 목소리의 옥례에게 ‘난영(蘭影)’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이 시기 이난영이라는 이름은 서울에도 알려졌고 태평레코드와 오케레코드의 '이난영 쟁탈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먼저 태평레코드에서 「지나간 옛꿈」, 「시드는 청춘」등의 노래를 취입하고 오케레코드로 소속을 옮긴 후에 「불사조」, 「고적」, 「스켓팅 시대」등의 노래로 히트를 기록합니다. 「목포의 눈물」 이전의 이난영은 무명이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사실 오케레코드 내에서도 그녀는 최고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서두에 언급한대로 오케레코드에서 주최한 공모전을 통해 「목포의 눈물」의 음악이 완성되고 이난영은 그 노래에 날개를 달아 주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유행가가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꿔놓은 하나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일본식 창가나 번안곡이 아닌 우리 고유의 향토성과 감성을 담은 대중가요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큽니다. 목포라는 한 도시에서 출발한 이 노래는 조선 전체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가 되었지요. 지역의 정서가 전국적 감동으로 확장된 첫 사례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목포의 눈물」은 한국 트로트의 뿌리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난영의 절제된 감정 표현과 한이 묻어나는 창법은 ‘한국적인 트로트’의 원형을 만들어냈지요. 물론 트로트에 국한되지 않고 재즈, 블루스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그녀의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폭넓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녀의 노래는 단순한 흥이 아니라, 서정과 비애의 미학을 음악으로 보여주었는데요. 이후 이미자, 주현미로 이어지는 여성 트로트의 계보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 Produced by 상상공작소

“시대의 한(恨)과 그리움이 흐르는 노래, 「목포의 눈물」.
소실된 근대가요의 흔적을 복원하고, 한국 대중음악사의 뿌리를 다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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