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너에게 건네는 말

〈오늘 밤, 너에게 건네는 말〉

                조근수

친구야,
오늘 너를 떠올리며 오래도록
창가에 앉아 있었다.
하루를 견딘 사람만이 갖는 그 묵직한 정적이
너의 어깨에도 내려앉아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괜스레 너에게로 기울더라.

살다 보면 이상하게도,
뜻하지 않은 순간에
마음의 균형이 흔들릴 때가 있다.
분명 잘 버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작은 말 한마디,
사소한 사건 하나가
속을 느닷없이 뒤흔들어 놓지.
오늘의 너도 그런 파도 속에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조심스럽게 헤아려 본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하지만 정작 걱정은,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습기처럼 자리를 잡아버린다.
그러니 걱정을 하지 말라는 말보다
“오늘만은 잠시 내려두라”는 말이
더 마음에 닿을 때가 있다.
내가 지금 너에게 하고 싶은 말도 바로 그거다.

친구야,
오늘 밤만큼은
너의 마음을 스스로 풀어주어라.
너는 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고
먼저 손 내밀고
아프다는 말조차 쉽게 하지 않는 사람이잖아.
그러다 보면 너라는 존재가
네 삶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순간도 있을 텐데
그걸 내가 보고만 있을 수가 없더라.

창문을 살짝 열어 보면
겨울밤의 공기가 참 고요하다.
그 고요는 차갑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마음을 맑게 씻어주는 힘이 있다.
바람은 네가 붙잡아둔 걱정들을
조금씩 밖으로 밀어낼 것이다.
너는 그저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오늘 하루의 무게를 내쉬기만 하면 된다.

네가 힘들어할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이 친구는 참 오래 버텨왔구나.”
세상이 요구하는 것들은 점점 많아지고
마음 둘 곳은 점점 줄어드는데도
너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낸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너는 아마 본인이 더 모를 것이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삶의 무게를 내려놓아도 괜찮다.
일도, 사람도, 관계도, 역할도
모두 뒤로 물러세우고
너 자신을 먼저 앞에 세워라.
그렇게 해도 세상은 결코 무너지지 않더라.
오히려 너라는 사람이
내일 더 단단히 설 수 있는 여백이 생긴다.

혹시 네 마음 속에
누구에게도 말 못할 걱정 하나가 숨어 있다면
그것 또한 괜찮다.
사람이란 원래
속내를 다 드러내며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누군가의 마음이
조용히 곁에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
쉽게 놓지 못하던 걱정이
슬며시 풀리기도 한다.
나는 지금 네 곁에
그렇게 머물러 주고 싶은 마음이다.

친구야,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건
거창한 위로가 아니다.
단지 오늘 하루의 끝에서
너의 숨이 조금이라도 고르게 쉬어지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 하나다.

그러니 부디,
오늘 밤은 그만 걱정해라.
너는 이미 충분히 잘 해왔고,
지금 이 순간조차도 잘 버티고 있다.
내일의 태양은
오늘의 너를 더 부드러운 빛으로 맞이해 줄 것이다.
그리고 너는 그 빛 아래에서
다시 천천히,
너의 걸음을 이어가면 된다.

친구야…
오늘 밤은 정말 그만 걱정하고 편히 쉬어라.
나는 여기서 너의 고요한 밤을 함께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