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멜로우콘 옥수수 위스키(mellow corn whiskey)

옥수수에게 감정이 있다.
썩 좋은 감정은 아니다.

회사를 다닐 때 일이다. 매년마다 나의 상사에게 옥수수를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
한 포대 정도의 옥수수가 회사로 배송되어 오면, 상사는 나에게 그것을 삶아오라 시켰다.

나는 회사에 옥수수를 삶으러 온 것이 아닌데, 그 때마다 부끄럽기도 하고,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옥수수를 보낸 사람은 자신의 수확물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좋은 마음이었겠지만,
무더운 여름날 아스팔트에 옥수수 포대를 들고, 일면식도 없는 식당에 들어가 옥수수를 삶아달라고 했던 나의 마음을 헤아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뜨겁게 삶아진 옥수수를 들고 회사에 돌아와서는 하나씩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직원들은 이게 왠 옥수수냐며 반색했지만 뜨거운 옥수수를 쥔 내 마음도 들끓고 있었다.

여튼 옥수수에 대한 기억은 좋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증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옥수수로 만들었다는 콘 위스키를 구매했다.

콘위스키라고 정의되기 위해선 80%이상의 옥수수를 함량해야 한다. 숙성하지 않아도 되지만, 숙성할 경우 새오크통 혹은 한 번만 사용 한 버번 오크통에서 숙성을 해야한다.

콘위스키를 대표하는 멜로우 콘 위스키는 에반 윌리엄스를 숙성할 때 사용 했던 오크통에서 4년간 숙성되어 만들어진다.

멜로우 콘 위스키의 라벨 상단에 보면 보틀드 인 본드라는 말이 적혀있는데, 이는 미국 정부 관리하에 생산 된 깐깐한 위스키임을 나타낸다.

멜로우콘 위스키의 색은 일반 위스키와 큰 차이가 없는 옅은 황금색을 띈다.
옥수수차를 끓인 물의 색과 같기도 하다.
알콜도수가 50도이다보니 첫 향에선 강렬한 알콜이 느껴진다. 그리고 화사함 속에 고소함이 숨어있다.

맛자체는 강렬하다.
밋밋함이 없어서 좋다. 저 숙성 위스키의 뜨거움을 보여준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때, 왠만해선 이것이 콘 위스키 인것을 알아맞히긴 힘들것으로 보인다.
한 모금을 삼키고 음미하면 어디선가 옥수수의 고소함과 달달함이 혀 끝에 남아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멜로우콘이라는 이름의 뜻은 부드러운 옥수수라는 말이다.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도 큰 부담은 없지만 미국에서는 칵테일용으로 사랑받는 술이다.
멜로우 콘 전용잔에 콘 하이볼을 만들어 본다.

추천하는 레시피는 멜로우콘과 탄산수의 비율이 1:3이다.
탄산수 대신 콜라를 섞으면 멜로우콕이 된다.
무난한 맛이지만 일반 위스키보다 도수가 10도 정도 높기에 타격감 있는 하이볼이 만들어진다.

멜로우콘 위스키를 앞에두고 타로카드를 뽑아본다.
세븐 오브 완즈, 일곱개의 지팡이가 나왔다.
이 카드는 참고 견뎌야 하는 인내를 뜻한다.
공격해오는 것으로부터 나를 끝까지 지켜야 하는 참을성을 나타낸다.
나를 지키는 힘은 나의 정체성으로부터 나온다.
다른 유명 위스키들에 비해서 입지는 적을지언정, 차별화 된 개성으로
꿋꿋히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콘 위스키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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