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연구소]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란? / YTN 사이언스

■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너무 가까워도 탈이 나고 너무 멀어도 문제인 게 인간관계죠. 나와 상대방을 위해선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데요.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불가근불가원이라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가까이할 수도 또 멀리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를 정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거 같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사실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너무 다양하잖아요. 너무 달라요. 사람들이 그런데 이제 이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인간관계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너무 다양하니까요.

예를 들어서 직장에서도 너무 과업 중심적인 그런 사람 같은 경우에는 "관계가 그렇게 중요하냐 업무 수행하는 데 문제만 안 되면 되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 같은 경우는 "서로 소통하고 신뢰할 수 없는데 무슨 일을 같이하느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또 내향적인 분들 같은 경우에는 좁고 깊은 관계를 원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 같은 경우는 좀 넓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잖아요. 사실 이게 어떻게 하면은 사람들이 잘 지낼 수 있을까 이게 문제인데,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게 무엇이냐 하면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상당히 치이고 자신만의 어떤 공간이나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죠, '사람에 치인다', '도대체 인간관계가 참 어렵다', '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거냐' 이런 말이 많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거리가 정말 필요하냐 이렇게 생각할 때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 하면, 내가 대인관계에 얼마나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이걸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정말 원치 않은 그런 사람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참아 낼 수 있는가 그 인내심에 따라서 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우리가 보통 상대방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친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우리 사이에는 아무 비밀이 없어 너한테 이건 다 털어놓을 수 있어' 혹은 '정말 나는 네가 하는 말 다 이해해' 이런 말을 쉽게 하긴 하는데, 이런 태도를 좀 꼬집는 영화가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바로 '완벽한 타인'인데 혹시 보셨나요? 정말 많은 분이 공감하셨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인터뷰]
그 '완벽한 타인'이란 영화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는데요. 실제로 초등학교 동창생 4쌍이 하나는 커플이고 부부고 그렇잖아요. 서로 간에 즐겁게 만나서 화기애애하게 음식을 먹고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죠. '우리 저녁 먹은 이 시점부터 먹는 동안에는 휴대전화에 오는 모든 메시지, 내용 다 공개하자!' 이렇게 게임을 제안했어요.

게임을 왜 제안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서로 간에 온 문자나 메시지, 뭐 그다음에 심지어 메일, 이런 것까지 공개하다 보니까. 어떤 일이 있느냐면 그동안 한 번도 다른 사람하고 공유한 적도 없고 공유할 수도 없었던 비밀이야기들이 우후죽순 막 쏟아져 나오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사십 년 지기인데도 몰랐던 비밀들이 다 드러나고 그러니까 당혹스럽고 나중에는 관계가 파열음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죠...

[YTN 사이언스 기사원문] https://science.ytn.co.kr/program/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