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후셀레족 공동체 춤 '짜크 จะคึ' 소수민족축제

‘라후셀레족’ 새해 축제의 꽃 ‘짜크’

10월부터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축제가 시작된다. 10월과 11월에는 추수 감사 축제가, 12월이 되면 성탄과 새해 축제를 시작하고, 새해 축제는 대개 3월 초까지 이어진다. 크고 작은 축제들이 약 다섯 달 동안 계속되는 셈이다. 새해 축제는 보통 3~4일간 열리는데 여러 마을이 연합해서 치르기도 하고 마을별로 따로 열리기도 한다.

그 중 ‘라후셀레족(색동 라후족)’의 새해 축제의 전통이 가장 잘 보존되었다. 라후셀레족의 최종 해결사는 ‘뿌짱’이다. ‘뿌짱’은 단순한 지도자나 제사장이 아니다. 그는 마을의 기억을 품은 사람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를 중재하는 존재다. 뿌짱은 적게는 두 명에서 많게는 여덟 명까지 있는 마을도 있다.

라후셀레족의 ‘뿌짱’들은 수수 알만한 ‘아무찌’라는 씨앗이 익어가면, 대개 한 달 전쯤 새해 축제 날짜를 정해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축제는 각 ‘뿌짱’이 관리하는 ‘짜크끄’라 불리는 공동체 춤마당을 보수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반경 약 20미터 남짓한 마당 중앙에 반경 1m, 높이 20㎝ 정도의 둥근 제단 ‘짜푸디’를 세우고, 마당 둘레는 2m 높이의 나무로 울타리를 친다. ‘뿌짱’마다 자기가 관리하는 ‘짜크끄’가 있어서 ‘뿌짱’이 다섯 명인 마을은 ‘짜크끄’도 다섯 개다. 주민들은 돼지를 잡고, 떡을 만들고, 양초를 준비한다.

축제가 시작되면 가정별로 준비한 떡과 양초, 음료를 대나무 상에 차려 온 가족이 함께 자신이 따르는 ‘뿌짱’집을 먼저 방문해 절을 하고 준비한 선물을 드린다. 이때 ‘뿌짱’부부는 폭죽을 터뜨려 그들을 환영하고 차례로 들어와 절하는 주민들에게 동전과 ‘떡’ 덩이를 그들의 손과 가방에 넣어주며 덕담과 축복을 비는 기도를 해준다. 꼭 우리의 설날 풍경과 비슷하다.

‘뿌짱’에게 인사를 마친 뒤에는 그 뿌짱의 춤마당 ‘짜크끄’에 모여 공동체 춤 ‘짜크’의 춤사위를 이어간다. 첫째 날과 마지막 날에는 마을의 모든 ‘뿌짱’ 집을 돌며 새벽닭이 울 때까지 공동체 춤이 이어진다. 이튿날부터는 이웃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같은 순서를 따라 함께 저녁까지 춤을 추다 돌아간다.

라후셀레족의 공동체 춤 ‘짜크’는 경이롭다. 독보적인 공동체 의례다. 검정, 노랑, 빨강, 하얀 라후족의 춤과는 달리, 라후셀레족은 ‘노(피리)’나 ‘쓰브(세줄키타)’ 리듬에 맞춰 남자들이 가장 바깥 원에서 서로 손을 잡고, 땅이 울리고 흔들릴 만큼 발로 땅을 박차며 오른쪽으로 돈다. 여자들은 두 명에서 다섯 명씩 가로로 서서 손을 엇갈려 잡거나 긴 천을 함께 붙들고, 땅을 스치듯 밟으며 스텝을 이어간다.

나도 따라 추려 애써 보았지만, 스텝과 박자가 꼬여 이내 방해꾼이 되고 말았다.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나와 엄마, 아빠, 누나와 형들의 박자를 유심히 바라보며 따라 춘다. 초등학교 3학년쯤 된 여자아이 둘이 손을 잡고 이어가는 박자에는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라후셀레족의 공동체 춤 ‘짜크’는 박자를 세며 배우는 춤이 아니다. 수백 년 동안 몸에 밴 리듬과 스텝이다. 세 살 아이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박자를 맞추고, 초등학교 아이들이 눈빛 하나로 이어가는 춤사위는 이들의 삶 그 자체이다. 악보나 교본 대신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몸의 기억이 있고 그 기억은 춤이 끝날 때마다 다음 세대로 옮겨진다.

춤마당의 마무리는 언제나 노인들의 몫이다. 마을 노인들 몇 명이 모두가 떠난 춤마당을 지키며 춤사위를 이어간다. 낮의 춤이 생명의 기쁨이라면, 밤의 춤은 쉼과 보호의 의식이다. 이 침묵의 시간 속에서, 라후셀레족의 새해는 비로소 완성된다.

이들의 새해 축제와 공동체 춤 ‘짜크’는 공연을 위한 문화가 아니라 삶의 리듬으로 이어져 온 의례다. 이 춤은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참여하며, 오직 몸의 기억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된다. 이 문화는 공동체 내부의 질서와 시간 감각 속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무형유산이다. 나는 이 춤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충분한 보존 가치와 인류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길을 조심스레 찾아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