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고향사랑기부금, 문제는? / KBS 2025.04.23.

[앵커]

고향사랑기부제, 많이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어떤 건지, 아직 생소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이슬 기자, 먼저 고향사랑기부제가 어떤 정책인지 한 번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고향사랑기부제는 2023년부터 시행됐습니다.

개인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이렇게 모은 재정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쓰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세액공제가 되는 거라 시행 초기,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10만 원까지는 전액 공제가 되고, 1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가 공제됩니다.

그리고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이 제공되죠.

시민들 입장에선 10만 원까지는 전액 공제가 되니 기부도 하고, 답례품도 받을 수 있는 그런 제도인 셈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모인 기부금을 각 자치단체가 정작 쓰지 않고 있다, 이게 문제라고 한 거잖아요.

앞서 리포트에 나오긴 했습니다만, 대체 왜 기금 집행이 안 되는 겁니까?

[기자]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제도 시행 초기에는 기부금을 모으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각 지역의 기부금 모금 결과를 모아 증감 내역을 분석하는데요.

어느 지역이 얼마나 모았는지, 또 얼마나 늘었는지를 비교하다 보니, 우선 기부금을 늘리는 데 치중한 거죠.

그렇다 보니, 정작 이 제도의 원래 취지인 기금 사업, 그러니까 주민들의 복리 증진이나 마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 집행에는 소극적이었던 겁니다.

저희가 부산시와 16개 구·군의 고향사랑기부제 담당 부서 전체에 전화를 돌려서 확인을 했는데요.

대부분의 답변이 "어떤 사업을 하자니 기금이 부족해서 못했다"거나 "아직 어떤 걸 할지 정하지 못했다", "운용위원회를 열어 정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홈페이지에 각 지자체가 사업 계획을 밝혀둔 것과 비교하면 제대로 진행된 게 없는 셈입니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사업을 일단 마친 2곳이 해운대구와 사상구인데, 해운대구는 경로당 수리와 노후주택 초인종 설치, 그리고 청소년 캠프와 민간예술단체 지원에 기금을 썼습니다.

사상구는 중증질환자들의 운동치료 프로그램, 그리고 청년예술가들의 문화 행사에 기금을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모금액을 기준으로만 봐도 부산은 전국에서 높은 편은 아닙니다.

사업 첫해인 2023년과 지난해 모금액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부산은 153%가 늘었는데요.

이 수치는 광주 300%, 대전 317%, 세종 206%, 울산 155%와 비교해도 낮습니다.

기초단체별 모금 금액을 자세히 살펴봐도, 지난해 상위 지자체들의 모금액을 보면 전남 담양군 22억 원, 고흥군 12억 원, 경북 예천군은 9억 7천만 원인데, 부산은 1억 원만 넘겨도 많은 편에 들어갈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행안부가 지자체의 참여를 더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는 '지정기부제'라는 걸 추가로 도입했는데요.

이건 어떤 특정 사업을 선택해서 기부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예를 들면 울산 동구의 '청년노동자 공유주택 사업', 대전 중구의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퇴소자 지원 사업', 광주 동구의 '유기동물 구조 지원 사업' 같은 것들인데요.

부산시는 이 '지정기부제'를 활용하는 기초단체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정부는 올해 1인당 기부 상한액을 늘리고 민간 거래망을 개통해서 고향사랑기부제 정책을 확대한다는 계획인데요.

소외된 지역의 재정 여건을 강화하고 지역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제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한 부산 지자체의 적극적인 실행력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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