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는 하늘길
Автор: 무위자연(無爲自然) 제주
Загружено: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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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떠나 남해안 상공에 접어들자마자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것은 섬들의 군무(群舞)이다. 수많은 섬들이 푸른 바다 위에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태곳적 거대한 존재가 조각칼로 빚어낸 세밀화 같다. 섬과 섬 사이를 흘러가는 물길은 오랜 시간 동안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낸 길이며, 이 길을 따라 우리 선조들의 삶과 애환이 오갔을 것이다.
섬들의 모양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뭍을 향해 혹은 바다를 향해 몸을 기대고 있다. 이는 바다를 극복하며 살아온 옛 선인의 끈질긴 생명력과 공동체적 삶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비행기가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서자,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맥들의 웅장한 서사가 펼쳐진다. 백두대간의 줄기가 뻗어 나와 크고 작은 산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굽이치는 모습은 흡사 거대한 용이 잠을 자고 있는 듯하다. 이 산줄기들은 단순한 지형이 아니라, 이 땅을 지켜온 자연의 방벽이자,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뿌리이다.
산과 산 사이에는 강줄기가 뱀처럼 구불거리며 흐른다. 강물은 생명을 머금고 흐르는 시간의 상징이다. 굽이치는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평지에는 가을빛 들녘이 바둑판 무늬를 이루며 펼쳐져 있다. 옛 선인들이 자연과 함께 숨쉬며 농경 문화를 꽃피웠던 역사를 생생하게 나타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산과 강, 그리고 인간의 삶터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태 지도처럼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대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대도시의 풍경이 점점 확대되어간다. 질서정연하게 구획된 도로와 우뚝 솟은 아파트 촌은 현대 문명의 밀집도와 속도를 보여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때로는 숨 막히는 혼잡함보다는 정교하게 짜인 기계 장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곳에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국토는, 땅 위에서 걸어 다닐 때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전체적인 맥락과 웅장함을 제공한다. 거대한 산맥의 흐름, 유연한 물줄기의 궤적, 인간 문명의 흔적들, 이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올 때,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이 얼마나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비행기 창을 통해 세상을 내려다 보는 호강을 누린다. 1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은, 마치 삶을 잠시 멈추고 자아를 성찰하는 순간이다. 땅 위에서의 사소한 다툼이나 걱정거리가 아득한 아래의 점들처럼 느껴지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경계와 삶의 지형이 명확해진다. 이 땅이 품은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 이어져 온 생명과 문명의 연속성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며 하늘 비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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