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자신을 서사화해 독자를 열광시킨 아니 에르노의 '오토픽션' │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00:00-04:31 줄거리 재구성 낭독
04:32-06:27 노태훈 문학평론가의 작품 소개

낭독 및 내레이션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 노태훈 평론가의 평론 ✏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작가 아니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의 가난한 소도시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계급적 격차에 눈을 떴습니다. 지식인과 중산층을 선망하면서도 이들의 허위의식을 깨닫는 과정이 초창기 작품의 주를 이루다가 오늘 소개해 드린 『단순한 열정』을 기점으로 글쓰기를 통해 작가 자신이 가진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전략을 취하게 되었는데요. 이른바 ‘불륜’의 경험을 매우 사실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서술한 이 소설은 열광적인 호평과 냉담한 비판을 동시에 받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중년 여성인 ‘나’가 ‘A’라는 유부남과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떻게 두 사람이 만나게 되었는지, ‘A’나 ‘나’를 둘러싼 다른 이야기들은 전혀 묘사되지 않고 오로지 ‘A’를 기다리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나’의 불같은 사랑만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이 마음은 너무나 투명하고 속물적이기까지 해서 독자들은 솔직한 ‘나’의 내면에 깊이 이입하게 됩니다. 특히나 여성 주체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았던 1990년대에 가난이나 계급 같은 사회적 주제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랑과 이별을 이토록 절절하게 써냈다는 점에서 『단순한 열정』은 제목 그대로 뜨거운 마음 그 자체에 오롯이 주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이런 복잡한 마음들을 지속적인 글쓰기로 통과하고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입니다. ‘나’는 “작년 9월” 그 남자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느끼게 된 변화들로부터 출발해 봄, 여름을 차례로 통과하고 겨울에 자신의 나라로 떠나버린 남자를 그리워하면서 이듬해 “5월”에 글을 씁니다. 다시 1991년 2월 ‘A’가 마지막으로 자신을 찾아온 시간까지 ‘나’는 약 2년 동안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혔던 스스로를 매우 충실히 기록하고 있는데요. 소설의 행간이나 여백을 통해 독자들은 ‘나’가 경험한 시간들을 따라가면서 마음의 파고를 그대로 느끼게 됩니다.
이 이야기가 매우 유명한 작가이자 대학의 문학교수였던 아니 에르노 자신의 실제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까다롭게 만드는 측면이 있습니다. ‘나’의 욕망과 열정을 그대로 작가 아니 에르노에 대입하여 소설을 읽어야 할지,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리 솔직하게 쓴다 해도 그것은 결국 허구로 재현되는 것이니 픽션으로 여겨야 할지 말이죠. 그런데 작가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염두에 두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돌파’해 보려고 결심한 듯 합니다. 『단순한 열정』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서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서사화해 독자들을 열광시켰기 때문인데요. 자서전이라는 뜻의 오토바이오그래피(autobiography)와 소설인 픽션(fiction)이 결합되어 자전적 소설을 지칭하는 ‘오토픽션’이라는 개념을 주도한 작가가 바로 아니 에르노이기도 합니다.
아니 에르노는 한국에서도 매우 많은 애독자를 가지고 있고, 거의 모든 작품이 번역되어 있으며 영화화된 작품도 많습니다. 빈민의 딸로 태어나 스스로의 지성으로 지식인이자 예술가가 된 한 여성이 자기 내면의 욕망과 싸우며 열정적으로 살아간 이야기를 읽어 보고 싶으시다면 아니 에르노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많지 않은데요. 이 기회에 뜨거운 아니 에르노의 세계에 빠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단순한 열정』을 교보문고에서⬇
https://bit.ly/3aDa1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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