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어른은 어떻게 되나요」

A. 그저 헛됨을 사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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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중요한 자격증 시험을 쳤었어요
제가 그 시험에 삼수했거든요
삼수쯤 하다 보니 우울하더라구요
그래서 방 안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지금 중요한 게 자격증인지 나인지 내 꿈인지
무엇이 무엇인지 분간이 잘 안 되더라구요
나태함이 문제인지 지능의 문제인지
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
해답을 내릴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해서
그런 마음에 하루를 지새었어요

나이는 점점 차고, 더 이상은 어리기만 한 것도 아니게 된
사회초년생이 된 저는 어른이 되는 법이
아직도 그저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우두커니 방 한켠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에
밤을 새다가 해 뜨는 것이라도 보자 싶어 나갔어요
그렇게 가벼이 나간 산책길에 어떠한 답을 보았어요

생각보다 답이 멀리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어이 없는 웃음이 났습니다.

해 뜨는 것을 정말 간만에 보았는데
한 없이 붉고 아름답더라구요
해 비치는 바다의 윤슬도 너무 아름다고,
그냥 이것만 보고 있을 수 있을 정도로요
(영상 초입에 넣은 영상이 그 해입니다)

이카루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이렇게 해 뜨는 거 하루라도
더 보자는 마음으로
그냥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어른이 되는 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물론 노력은 해야겠지만
살아가는 거 자체가 결국에는 무로 돌아가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하면
내가 헛되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내가 중요히 생각했던 것들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요

결국엔 헛됨 자체를 사랑하게 되면
사는 게 좀 더 편한 것 같아요

헛되어도 결국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저에게 돌아오더라고요

아직은 어른이 아니라고 느껴도, 어른일 수 있고
어른이라고 느껴도 어른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저 시간이 흐리기만 하면 되더라구요

근데 전 이제껏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 해도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아요
굳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결국에는 어른이 된다는 걸

물론 각자가 정의하는 어른은 다르겠지만요
좀 더 마음 편히 살아 봅시다
우선 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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