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생존자가 본 '아비규환'…아기 끌어안고 버틴 가사도우미는 / 연합뉴스 (Yonhapnews)

홍콩 생존자가 본 '아비규환'…아기 끌어안고 버틴 가사도우미는

(서울=연합뉴스) "집이라는 연옥에 갇히게 될 것임을 알았습니다. 창밖을 보니 불꽃과 뒤섞인 검은 눈송이 같은 잔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절망의 비였습니다."

32층짜리 홍콩 아파트단지 7개 동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적어도 146명이 사망한 가운데, 한 생존자가 당시의 참상을 전했습니다.

처음으로 불이 난 건물의 2층에 거주하던 윌리엄 리(40) 씨는 화재 당시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화재 소식을 처음 알게 됐는데요.

현관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눈앞이 캄캄하고 짙은 연기로 숨을 쉬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집이라는 연옥'에 갇혔다고 느끼며 무기력하게 구조를 기다리다가 현관문 밖 복도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젖은 수건을 움켜쥐고 밖으로 나갔고, 연기 때문에 눈물이 흐르고 목이 타는 듯 뜨거웠지만 복도 벽을 더듬으며 나아가 마침내 한 쌍의 부부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조용히 창가에 앉아 창밖으로 불꽃과 뒤섞인 검은 눈송이 같은 잔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너무 잔혹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러다 창문 부근에서 소방관을 봤고, 손을 흔들고 손전등을 비추면서 구조를 요청해 지난 11월 26일 오후 2시 52분께 화재 발생 후 약 3시간 만인 6시께에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출신 가사 도우미 다수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한 필리핀 출신 가사 도우미가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구하고 자신은 중태에 빠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데요.

이 가사도우미는 화재 당시 연기가 빠르게 유입되는 가운데 아기를 껴안고 연기와 열기를 막으며 버티다 화재 발생 몇시간 만에 구조됐는데, 아기는 안정된 상태이지만 자신은 위중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제작: 김해연·최주리
영상: 박수현 기자 촬영·로이터·AFP·X @itsnisha03·윌리엄 리 페이스북·독자 제공·scmp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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