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림원의 '천연" 식초 만들기_(2019-08-12)

‘자연농’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사례인 것 같아 소개하련다. 사실 우리는 공장에서 화학적공정을 거쳐서 대량생산되는 식초에 길들여져 있다. 그 옛날 어머니들이 부엌 한구석에 감추어두듯이 보관해온 막걸리 식초병이 생각난다. 마시고 남은 막걸리를 그 병에다 추가로 부어 넣고 흔들어준다. 그 식초병에 남아있던 것은 바로 막걸리의 발효액이었던 셈이다. 바로 그런 식초의 맛이 그립지만 아련한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당시의 막걸리는 화학물질이 개입되지 않은 사실상 ‘자연재배’의 밀로 된 누룩과 쌀로 빚은 것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어 식초가 된 것이다.

그렇다. ‘자연재배’의 곡물과 과일로는 그런 ‘천연’ 식초가 가능하다. 여기에 올리는 자연농 혜림원의 ‘복숭아 천연 식초’가 바로 그런 사례의 하나이다. 혜림원의 안주인 문두혜 여사(서울 방배동에서 자연재배 식재료로 레스토랑을 경영한 적이 있기에 아는 사람들에는 ‘문사장’으로 통한다.)가 금년에 혜림원 농장에서 거두어들인 복숭아로 ‘식초’를 담고 있다. 흥미로운, 중요한 사실은 이 과실이 ‘자연재배’로 얻은 것이기에 ‘천연 식초’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영상에서 문사장은 농장 관리동의 앞마당에 있는 다섯 개의 오지 독(각기 180 리터 용량이다)에 담아 숙성되고 있는 복숭아를 보여주고 있다. 각 독에는 복숭아 외에는 아무 것도, 심지어는 물 한 방울도 추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복숭아가 그 안에서 자연의 힘으로 발효되면서 ‘부글 부글’ 균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담은 지 ‘3일째’, ‘5일째’, ‘10일째’ 등 최근에 담은 세 개의 독과, 금년에 처음으로 한달 전에 수확한 두 개의 복숭아 독을 보여주고 있다.

독으로 들어간 복숭아는 발효과정이 시작되어 초기 3일정도는 국자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은 정도이지만 5~10일 정도 되면 서서히 발효되어 액체가 고인다. 이때 거의 매일 같이 한 두 번씩 뚜껑을 열고 국자로 단지 속을 휘저어 준다. 위.아래를 섞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저어주는 과정은 날자가 지날수록 더 간격이 길어져도 좋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한 달 정도 지나면 독 안의 복숭아는 발효액으로 변해 간다. 이것이 바로 ‘알콜’로 우리가 ‘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알코올이 3~4개월 지나면 숙성과정이 거의 이루어져서 ‘식초’ 상태로 전환된다. 물론 독 안에는 미처 분해되지 않은 복숭아 껍질이나 과육 부분이 더러 떠있고, 복숭아 씨는 밑으로 가라앉아 있다. 이 단계에서 독 안의 윗 부분에 약 1~2cm 두께의 마치 젤리 같은 ‘초막’이 형성되어 식초 위를 덮게 된다. 이 단계가 지나면 식초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이 자연 식초는 1년, 2년 등 시간이 지나면 더 귀한 식품으로 무르익게 된다고 한다.

혜림원의 문사장은 작년도의 복숭아 수확 분을 독에 보관했다가 이런 식초 숙성과정을 시행착오로 경험했다고 한다. 얼마 전 식문화전문가와 유명 쉐프들이 농장을 방문했을 때, 이 작년 식초를 맛보고 경탄한 바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 농장의 식초제조는 자연농의 새로운 문을 열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금년 수확과 같이 아직도 자연농이 완전히 정착하지 않은 단계에서 과일을 시장에 출하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자연재배로 얻은 과일이기에 (‘부패’가 아닌) ‘발효’가 되면서 ‘천연 식초’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라고 하겠다. 화학비료와 퇴비,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심지어는 (복숭아가 영글 때) 봉지도 싸지 않은 채 재배한 이 과일들에서 천연 식초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자연농을 한 차원 더 높여줄 것임이 틀림없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자연농’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부패’가 아닌 ‘발효’ 말이다!

혜림원에는 복숭아만이 아니다. 금년에는 작황이 거의 볼품없지만, 복숭아보다 훨씬 더 많은 사과가 있고, 블루베리, 아로니아, 매실, 오미자 등 앞으로 ‘천연 식초’ 후보자는 많다. 이것들이 자연농의 앞날에 더 큰 힘을 보태주고 있는 것 같다.